승부처에서 후반기 첫 3연패...롯데가 뼈저리게 깨달은 현실 '뎁스 차이'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0.15 05: 33

“열심히 하고는 있다. 하지만 좀 더 잘 해줬으면 좋겠고, 좀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롯데 자이언츠 주장 전준우(36)는 지난 9월 중순, 현재 1군 엔트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지켜보는 자신의 속내를 넌지시 전했다. 1군에 올라올만큼 노력을 했고 성장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 선수가 보기에는 아직 1군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펼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전준우는 젊은 선수들을 향한 쓴소리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단지 젊은 선수들을 챙기는만큼 애정을 담은 목소리였던 셈이다.
결국 이러한 전준우의 생각은 시즌 막판, 올 시즌 운명이 걸린 승부처 상황에서 ‘뎁스’의 격차로 뼈저리게 체감을 하게 됐다. 롯데는 지난 14일 사직 LG전에서 3-13으로 완패를 당했다. 롯데는 올 시즌 후반기 첫 3연패 수렁에 빠졌다.

LG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간 12차전 맞대결에서 13-3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LG는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 고리를 끊어내며 67승 52패 9무를 마크했다. 이로써 LG는 이날 KIA에 패한 삼성(70승55패8무, 승률 .56)을 제치고 승률 .563을 기록,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롯데는 후반기 첫 3연패를 당하며 60승 66패 6무가 됐다.경기 종료 후 롯데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1.10.14 /sunday@osen.co.kr

롯데는 후반기 질주를 펼치면서 가을야구 막차 티켓 탑승을 노리고 있었다. 지난 13일 경기를 앞두고 서튼 감독은 “14경기가 남았고 이번 주가 특별한 주간이다. 우리는 10승4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의 3일 휴식 등판 등의 계획도 덧붙이면서 5강 진출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사령탑의 거창했던 목표와 달리 팀의 경기력은 날카롭지 못했다. 전날 경기 스트레일리가 5이닝 4실점으로 물러난 뒤 4-4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잔루를 13개나 남기면서 아쉬움을 곱씹었다. 서튼 감독 역시 경기를 복기하면서 “경기 초반, 2아웃 이전에 주자가 3루까지 간 상황이 3번이나 있었지만 1번 밖에 살리지 못했다. 우리는 그런 기회를 살려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 롯데는 다시 한 번 좌절했다. 선발 박세웅은 에이스라는 부담에 휘청거렸다. 6개의 볼넷을 헌납하며 4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졌다. 3실점에 불과했지만 조기 교체가 불가피했다. 이후 필승조가 아닌 불펜진 역시 LG 타선을 이겨내지 못한 채 연거푸 실점했다. 박세웅이 내려간 뒤에 10실점 했다. 이 대목에서 최준용, 구승민, 김원중 등의 필승조 라인과 다른 불펜 투수들 사이의 격차를 절실하게 느꼈다. 최영환, 강윤구, 이강준, 김유영, 오현택, 김동우가 경기 후반을 책임졌지만 LG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리고 타선은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이 그대로 나섰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의 역투에 틀어막혔고 반격하지 못했다. 전준우를 비롯해 이대호, 손아섭, 안치홍, 정훈 등의 베테랑 선수들과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는 9월 이후 강행군 속에서도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부상으로 빠진 김재유, 지시완과 안중열의 포수 포지션을 제외하면 타순의 변화는 있을 지언정 출장 선수 명단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서튼 감독 부임 초반과 비교하면 선수단 운영과 라인업이 변동의 폭이 적어졌다. 젊은 야수들의 기용 폭이 줄었다. 서튼 감독 역시도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 순간, 베테랑 선수들의 역량과 경험에 더 기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자 기용이다. 서튼 감독 부임 초반 육성도 같이 바라보는 운영 방향이었지만 현재는 결과까지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
최근 5경기 기준, 불혹의 이대호가 20타수 2안타로 침묵을 하더라도, 정훈이 17타수 4안타, 손아섭이 18타수 3안타로 부진하다고 하더라도 김민수, 추재현, 장두성, 신용수 등의 ‘서튼 키즈’들을 기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테랑들의 커리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 결국 투타 모두 뎁스에서의 괴리가 더욱 치명적으로 와닿은 셈이다. 팀의 올 시즌 운명을 판가름 할 수 있는 시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한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에 앞서 롯데 서튼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21.10.14 /sunday@osen.co.kr
13~14일 맞붙은 LG의 경우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와 베테랑 3루수 김민성 등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이영빈, 문성주, 문보경 등의 젊은 야수들이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채웠고 또 일격을 가한 것을 생각하면 롯데 입장에서는 더 뼈아플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는 올해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자리 잡게끔 하기 위한 정지작업들은 충실히 수행을 했다.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을 교육리그를 통해서 여러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기존 선수들의 새로운 역량을 재발견하는 기간을 가졌다.
사령탑 교체 이후 이를 1군으로 옮겨와서 결과로 만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의 중요한 시기에 뎁스의 무게와 차이를 절실하게 알게 됐다. LG와의 2경기를 통해서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10승이라는 목표보다 뎁스 확충이라는 목표가 롯데에 더 뼈저리게 와닿지 않았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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