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셋업맨이 철벽처럼 버틴 66일...'가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0.17 09: 35

66일, 약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8회’는 평온했다. 언젠가 한 번은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시점이 너무 뼈아프다. 20세의 셋업맨은 두 달 동안 홀로 거대한 가을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롯데는 지난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4-8로 패했다. 5강의 희망을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경쟁팀들과 맞대결을 승리로 했어야 했지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특히 8회를 철벽같이 틀어막았던 2년차 셋업맨 최준용(20)이 무너진 게 더 충격으로 와닿았다.
최준용은 후반기 8월 10일 창원 NC전에서 2실점(2자책점)을 기록한 뒤 이후 11일 NC전부터 10월 15일 LG전까지, 66일 동안 23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블론세이브, 패전 없이 1승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었다.

롯데 최준용 /롯데 자이언츠 제공

최준용이 8회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이닝을 확실하게 틀어 막으면서 뒷문이 탄탄해졌다. 7회 구승민, 8회 최준용, 9회 김원중이라는 필승조 라인이 확실하게 구축했고 후반기 질주를 성공할 수 있었다. 16일 SSG와의 경기 전까지 롯데는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3승 무패, 승률 100%를 기록 중이었다.
또한 2년차이지만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던 최준용은 후반기 대질주로 이의리(KIA)로 확정되는 듯 했던 신인왕 레이스에 변곡점을 발생시켰다. 부상으로 시즌 막판 등판이 불투명한 이의리 대신 후반기 임팩트 있는 피칭을 펼치고 있던 최준용이 신인왕을 수상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16일 사직 SSG전에서 결국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4-3으로 앞선 8회초 상대의 가장 강한 타순을 상대했지만 와르르 무너졌다. 선두타자 최정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최주환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다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1사 1루에서 한동민을 상대로도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상태. 그러나 한동민에게 던진 3구째 148km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됐고 적시 2루타로 연결됐다. 4-4 동점이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사 2루에서 오태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우익수 손아섭의 홈보살로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그러나 안정을 찾지 못했고 이재원에게 역전 적시타까지 허용했다. 이후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후속 김도규가 최지훈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면서 최준용의 실점은 3점으로 늘어났다. 최준용은 덕아웃에서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5강 진출을 위해 승부수로 삼은 주간이었고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SSG와의 중요한 일전을 치러야 했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승리였지만 내줬다. 최준용이 있었기에 ‘다 잡았다’라는 생각이 있었을 터. 그러나 최준용은 끝내 마지막까지 ‘언터쳐블’하지 못했다.
최준용이 있었기에 롯데의 가을야구 희망도 이어갈 수 있었다. 최준용을 비난하기에는 그동안의 역할과 비중이 상당했다. 20세의 필승조가 66일 동안 짊어졌던 가을의 무게였다. 하지만 이를 끝까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롯데의 가을야구 희망이 산술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닌 상황. 최준용은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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