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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공진의 바보들이 선사한 선한 감수성 ‘포근’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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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뻔뻔한 목숨이려니 했다. 닥치는대로 온갖 알바에 몸을 굴려도 악몽과 함께 하는 잠조차 피로를 풀어주는 게 가증스러웠고 깔깔한 혓바닥으로 넘기는 밥마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게 허탈할 지경이었다. 그런 자기혐오의 계절이 이어지는 중에 그녀가 나타났고 그때부터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tvN 주말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17일 막을 내렸다. 갯마을 공진의 허깨비 인생 ‘홍반장’ 홍두식(김선호 분)이 ‘치과’ 윤혜진(신민아 분)을 만나 사랑을 맺었다.

드라마속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즈음이지만 홍두식 인생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었다. 그 환절기를 두식은 참 아프게 넘겼다. 지켜보는 혜진도 아파하며 보냈다.

자산운용회사 시절 자신의 실수로 하반신 마비가 된 이의 아들 김도하(이석형 분)가 나타나 옴팡지게 한 대 맞았고 그 한 방으로 혜진을 만나 잊혀져가던 옛 생채기가 화끈하게 덧나버렸다.

드라마는 참 속속들이 착했다. 클라이맥스로 이끈 스토리가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동화적이다. 하반신 마비가 된 김도하 아버지의 비극은 온전히 본인 몫이다.

두식은 펀드매니저로서 충분한 조언을 했지만 듣지 않았다. 금융대란의 엄중한 시기를 보내던 두식으로서는 조언을 구하는 그의 전화를 받지 못할 만큼 정신없던 터였다. 급한 불을 끄고 나면 함께 회생 방법을 모색하려던 참인데 그 새를 못참고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오히려 부리나케 그 병원으로 달려가다 운전을 대신 해준 친형같은 선배를 잃었다.

실적 욕심에 무리하게 투자를 권한 것도 아니고 두식이 무리하게 투자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바빠서 전화를 못받은 죄밖에 없다. 그 죄로 두식은 친형같은 선배를 잃고 전재산을 정리해 도하네 가족을 돌봤으며 이후로도 수년동안 자기 혐오에 빠져 살아야 했다.

참 바보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동화속 주인공들은 다들 바보같이 착하다. 또 사람들은 그런 바보같은 이들에게 열광한다. 그 바보들은 사람들 내면의 선한 감수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속에 고름을 두고 아문 상처는 언제건 덧나기 마련, 두식이 새 계절을 맞기 위해서 고름은 터질 수 밖에 없었고 성공적으로 터졌다. 혜진이, 김감리 여사(김영옥 분)가, 공진 사람들이 그 고름을 닦아주고 약 발라주고 감싸주었다.

그렇게 어두운 과거와 아듀한 홍반장과 윤혜진 커플. 그건 또 그대로 볼만하다. 시도 없이 혀짧은 소리에 때도 없이 애정행각에.. 조남숙(차청화 분)의 말처럼 “쟤들 이제 좀 질린다” 할 무렵 드라마가 끝나 천만다행이다.

공진엔 바보들이 많다. 로또에 맞고도 여기저기 기부나 할 뿐 동네 순찰에 열심인 최은철(강형석 분) 순경도 있고 곁에 둔 사랑을 15년 동안이나 몰라본 장영국(인교진 분) 동장도 있다. 그런 장영국을 묵묵히 기다려준 여화정(이봉련 분)이 있고 서태지만 아녔으면 어찌 됐을지 모르는 전직가수 오춘재(조한철 분)와 아픈 개인사를 수다와 푼수로 푸는 조남숙도 있다.

찾아든 바보들도 있다. 윤혜진은 감자조림을 맛있게 해주었던 새어머니 이명신(우미화 분)과도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아버지 윤태화(서상원 분)마저 외면했다. 사회구성원은 소셜포지션에 따라 나뉘는 줄 알았고 그 소셜포지션의 품위는 빚을 내서라도 구매한 명품으로 표출된다고 믿었다.

타고난 길치 지성현(이상이 분)은 네비가 왕지원(박예영 분)으로 안내해도 핸들을 예전 목적지 윤혜진으로 돌렸다가 ‘실연 바보’가 되기도 한다.

이 무수한 바보들이 또다른 바보들을 만나 씨를 맺었다. 서로를 부축해 거친 흙을 뚫고 싹을 틔웠고 마침내 갯마을 여기저기 사람 꽃을 피웠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모든 동화의 결말이 우리에게 주었던 안도감. 행복한 바보들의 이야기 ‘갯마을 차차차’가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위안이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대패를 들어야할까 고심하기 전에 ‘식혜 커플’의 닭살 애정이 끝나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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