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자리 빼앗는 엉뚱 매력, 6개 포지션 멀티 외인 "내년에도 한국에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0.21 05: 33

한화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30)는 뛰어난 친화력과 함께 엉뚱한 매력이 있다. 구단의 응원용 선글라스를 직접 구매해 홈런을 친 선수들에게 씌워주는 세리머니로 덕아웃 분위기를 띄우는 그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자리까지 침범한다. 감독용 의자가 따로 있는 구장에서 스스럼 없이 이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지난 2016~2019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 수비코치 시절부터 당시 선수였던 페레즈와 인연이 있는 수베로 감독은 "한국에선 감독 의자가 의미가 큰 모양인데 나는 괜찮다. 누구든 그 자리에 앉아도 좋다"며 유쾌하게 웃는다. 
페레즈는 "감독 의자가 있는 곳이 야구 보기에 제일 좋다. 자리가 비어있으면 항상 앉아서 보려 한다. 가끔 경기가 안 풀릴 때는 수베로 감독을 덕아웃 반대편에 보내고 내가 그 자리에 앉는다. 분위기 바꿔 점수를 내보자는 의미"라며 웃은 뒤 "밀워키 시절부터 코치로 함께한 수베로 감독과 관계가 끈끈하다. 내게 가장 큰 멘토 중 한 분이다. 내야 수비와 도루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에르난 페레즈 /OSEN DB

멀티 포지션을 선호하는 수베로 감독에게 페레즈는 딱 취향 저격 선수. 지난 8월 대체 선수로 KBO리그 데뷔 후 1루수(32경기 182이닝), 좌익수(10경기 68이닝), 유격수(8경기 60이닝), 우익수(6경기 28이닝), 3루수(5경기 36이닝), 2루수(3경기 22이닝) 등 6개 포지션을 넘나들며 멀티 능력을 뽐내고 있다. 1루 포구가 다소 아쉽지만 나머지 포지션에선 평균 이상 수비력으로 팀에 유연성을 더해주고 있다. 
외야용, 내야용, 1루 미트 등 3개의 글러브를 들고 다니는 페레즈는 "2015년부터 여러 포지션을 맡기 시작했다. 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40인 로스터에 살아남기 위해 지금 같은 유틸리티 선수가 되려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정작 디트로이트에선 내야에만 머물렀지만 밀워키 이적 후 외야로도 영역을 넓혔고, 지금까지 슈퍼 유틸리티로 정체성을 굳혔다. 
한화 이글스 에르난 페레즈가 감독석에 앉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OSEN DB
외국인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타격 성적도 나쁘지 않다. 50경기에서 190타수 55안타 타율 2할8푼9리 5홈런 32타점 OPS .775를 기록 중이다. 특급은 아니지만 풀타임 기준 15홈런이 가능한 중장거리 타자로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언더핸드 상대 타율 3할8리로 좋다. 희생플라이도 팀 내 최다 7개로 상황에 맞게 팀 배팅도 할 줄 안다는 점이 돋보인다. 
아내, 아들, 딸 등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지 3개월이 지난 페레즈는 "처음에는 새로운 문화, 언어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들 적응했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야구적으로도 리그 적응이 거의 다 됐다. 어떻게 움직이는 리그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됐고, 내년에 돌아온다면 보다 더 준비된 상태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에르난 페레즈 /OSEN DB
10위 최하위가 거의 굳어진 한화는 이제 시즌이 9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페레즈는 "내게는 중요한 9경기다. 최근 만루 찬스에서 내 역할을 못한 것이 아쉽다. 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왕이면 3할 타율로 끝내고 싶다"며 "내년에도 한화와 함께한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100% 에너지로 힘을 불어넣고 싶다"고 재계약에 대한 열망을 표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