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볼넷 주지 말래요" 30SV 아들은 지표로 답했다 '1.93' [오!쎈 광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10.21 11: 08

"볼넷 주지 말래요".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20)이 KBO 역사를 다시 썼다. 지난 20일 선두 KT 위즈와의 경기에 마지막 투수로 등장해 1이닝을 1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3-0 승리를 이끌며 시즌 30세이브를 달성했다. 10월에만 7세이브를 추가해 아홉수 없이 30고지에 올랐다. 
KBO 역대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이다. 정확하게는 20살 1개월 27일이다. 이전까지는 LG 소방수 고우석의 21살 1개월 7일이었다. 고졸 2년 차에 소방수 보직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는 일이고, 이런 실적을 올린 것도 대단하다. 향후 좀처럼 깨지지 않는 값진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KIA 마무리 정해영이 10월 20일 KT위즈와 광주경기에서 최연소 30세이브를 달성했다.

정해영은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마구 뿌리는 파워볼러는 아니다. 그런데도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이유는 빼어난 직구 구위에 있다. 큰 키(189cm)에서 내려 꽃는 볼의 회전력이 좋다. 여기게 마운드에서 도망가지 않는 적극적인 승부를 펼친다. 스스로 "나이가 깡패"라고 말했듯이 어리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구를 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아직도 완성형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계속 부족한 것을 채워가고 있다. 제구력이 일례이다. 정해영의 원래 장점은 제구력이었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자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맞지 않겠다는 생각에 자꾸 코너웍 위주의 투구를 하느라 볼넷이 많아졌다. 
전반기 9이닝당 볼넷이 5.40이나 됐다. 생각을 바꾼 계기는 아버지 정회열 전 KIA 수석코치의 말이었다. "볼넷을 절대 내주지 말라. 볼넷을 내주면 더 큰 위험이 찾아온다"며 신신 당부했다. 해태 우승포수였던 경험에서 투수에게 볼넷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었다.
정해영은 "전반기에는 볼넷이 많았다. 아버지가 항상 볼넷주지 말라고 하셨다. 깊게 새겨듣고 항상 볼넷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구패턴도 바꾸었다. 도망가지 않고 직구를 앞세운 정면 승부를 택했다. "맞더라도 직구로 맞고, 선두 타자를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전상현 선배도 '힘으로 붙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표로 나타났다. 후반기 9이닝당 볼넷이 1.93개로 확 줄었다. 28이닝동안 6볼넷만 내주었다. 최정상급의 제구력을 되찾은 것이다. 후반기에서만 15세이브를 따낸 이유였다. 그럼에도 정해영은 "앞으로 제구력 부분을 좀 더 많이 다듬어야 할 것 같다"며 만족하지 않았다. 20살 마무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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