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리그까지 추락했던 특급 유망주가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가로막은 좌완 투수 타일러 마첵(31·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롤러코스터 인생의 주인공이다.
고교 시절부터 최고 99마일(159km) 강속구로 주목받은 마첵은 지난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콜로라도 로키스에 지명됐다. 2014년 6월12일 애틀랜타 상대로 가진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7이닝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선발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인 6월17일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이닝 10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데뷔 첫 패전을 안았다. 당시 다저스 선발투수가 류현진(토론토)이었다. 류현진은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째를 거두며 신인 마첵에게 한 수 위 클래스를 입증했다.
![[사진] 타일러 마첵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10/25/202110251516778341_6176ccad41c47.jpeg)
그해 20경기에서 6승11패 평균자책점 4.05로 가능성을 보여준 마첵은 2015년 5경기를 끝으로 빅리그에서 4년간 사라졌다. 갑자기 제구가 무너지면서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입스(yips)' 때문에 심리 치료도 받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지만 2016년 통째로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뒤 FA로 풀렸다.
콜로라도를 떠나 떠돌이 생활이 시작됐다. 2017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2018년 시애틀 매리너스, 201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지만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방출을 반복했다. 결국 독립리그까지 추락했다. 2018년 3월 시애틀에서 방출 후 4월에 독립리그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AA) 텍사스 에어호그스와 계약했다.

2019년 5월 애리조나에서 방출된 뒤에도 이곳에 돌아온 마첵은 끝없는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독립리그를 찾은 이 시기부터 제구가 조금씩 잡혔다. 2019년 8월 애틀랜타와 마이너리그 계약한 뒤 더블A, 트리플A에서 개선된 모습을 증명해 보였다. 지난해 5년 만에 빅리그에 복귀, 21경기 4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79로 반등했다.
올해는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애틀랜타의 불펜 필승조로 거듭났다. 69경기에 나서 4패24홀드 평균자책점 2.57로 활약했다. 63이닝 77탈삼진으로 가공할 만한 구위를 과시했다. 여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도 팀의 10경기 중 9경기에 등판, 2승4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위력을 떨쳤다. 10⅓이닝 4피안타 4볼넷17탈삼진 2실점으로 압도적인 투구.
특히 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2이닝 4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고 구원승을 거뒀다. 4-2로 쫓긴 7회 무사 2,3루에 등판한 마첵은 최고 99.2마일(159.6km) 강속구를 뿌리며 3타자 연속 삼진으로 다저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무키 베츠도 마첵의 3연속 패스트볼 승부에 3구 삼진. 애틀랜타는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다저스를 제압하며 2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마첵은 "지금도 나 자신을 완전히 믿는 게 어렵다. 내가 이곳에서 이런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힘들고 어두운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면 참 재미있지 않은가?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사진] 타일러 마첵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10/25/202110251516778341_6176ccade114f.jpeg)
오랜 시련을 딛고 일어선 마첵은 여전히 야구에 대한 갈증이 크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감독은 "마첵은 '매일 공을 던질 수 있다'고 계속 말하는데 정말 던지면 던질수록 공이 좋아진다. 구속을 유지하면서 변화구도 올해 들어 가장 좋다.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특급 유망주에서 독립리그까지 추락했던 마첵의 인생 역전 스토리가 이제는 월드시리즈로 향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