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역투, 벗겨진 모자…‘ERA 2.05’ 38살 베테랑의 마지막 불꽃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10.28 14: 34

모자가 벗겨지는 혼신의 역투였다. 38살 베테랑 좌완 이현승(두산)의 마지막 불꽃이 두산의 가을을 불러오고 있다.
이현승은 지난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시즌 15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구원승을 챙겼다.
이현승은 6-1로 앞선 5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선발 김민규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최지훈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옛 동료 최주환을 7구 끝 볼넷 출루시켰지만 다시 추신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임무를 완수했다.

27일 오후 인천시 문학동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다.5회말 1사 두산 두번째 투수 이현승이 역투하고 있다.  2021.10.27 / soul1014@osen.co.kr

마지막 추신수와의 승부가 하이라이트였다. 1B-1S에서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상황. 이어 회심의 직구가 미트를 향했고, 추신수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직구 구속은 이날 최고인 142km. 모자가 벗겨져 땅에 떨어질 정도로 혼신을 다해 마지막 결정구를 뿌렸다.
지난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한 이현승은 올해 프로 16년차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번 시즌 출발이 순탄치는 못했다. 38살이라는 은퇴를 앞둔 나이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5.31의 부진으로 연봉이 4억원에서 7천만원으로 무려 82.2% 삭감됐고, 부상과 부진 탓에 전반기 등판이 8경기에 불과했다.
이현승의 마지막 불꽃은 8월부터 활활 타올랐다. 1군 복귀전이었던 8월 21일 한화전부터 원포인트 좌완 불펜으로 자리를 잡은 뒤 9월 14경기 4홀드 평규자책점 1.17의 호투로 팀의 7위에서 4위 도약을 이끌었고, 10월에도 11경기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베테랑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함덕주의 LG행으로 좌완 불펜 기근이 예상됐지만 이현승이 구위를 회복하며 2015년 이후 6년만에 2점대 평균자책점(2.05)을 질주 중이다.
사실 두산의 가을 사나이하면 정수빈이 떠오르지만 이현승도 그 못지않게 큰 경기에 강했다. 사실 두산 팬이라면 2015년과 2016년 그의 존재감을 잊을 수 없다. 당시 필승조였던 이현승은 마무리와 셋업맨 자리를 오가며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기여했다. 이현승의 한국시리즈 통산 기록은 19경기 1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0.53. 201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9회초 더스틴 니퍼트와 진한 포옹을 하며 가을의 감동을 연출하기도 했다.
두산은 26일 키움전과 27일 SSG전을 연달아 잡으며 4위 확정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무려 7년 연속 포스트시즌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 이현승의 마지막 불꽃은 가을야구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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