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수가 없는 두산이 1차전 곽빈을 내고도 준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투수 없는 가을 엔트리를 제출했다. 전설 최동원의 탈삼진 기록을 경신한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피로 누적, 또 다른 외국인투수 워커 로켓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기 때문. 미란다는 준플레이오프로 향한다 해도 등판이 불투명하며 로켓은 이미 수술을 위해 고국 미국으로 떠난 상태다.
외국인투수도 없는데 막판까지 순위싸움을 펼친 탓에 토종 에이스 최원준까지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판이 불가능했다. 이에 두산은 어쩔 수 없이 1일 키움과의 1차전 선발투수로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곽빈을 예고했다. 경기 전 만난 김태형 감독은 “오히려 막내니까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던지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곽빈은 예상과 달리 생애 첫 가을야구 및 관중 12,422명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4회까지 노히터 행진을 펼쳤다. 3회 이지영, 4회 김혜성에 볼넷을 내줬을 뿐 뛰어난 범타 유도 능력으로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5회 1사 1, 2루서 이지영에게 선제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4⅔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성공적인 가을 데뷔전을 치렀다.
문제는 선발투수가 아니었다. 타선이 키움 마운드에 오른 강속구 투수 안우진의 괴력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곽빈이 4이닝까지 노히터를 기록했다면 안우진은 5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5회 허경민의 볼넷, 박세혁의 안타로 처한 2사 1, 3루도 박계범을 루킹 삼진으로 극복. 5회까지 투구수가 68개로 상당히 경제적이었다.
두산은 가을야구 단골손님답게 7회부터 가을 DNA를 조금씩 발휘하기 시작했다. 0-2로 뒤진 가운데 선두 김재환이 볼넷, 허경민이 우전안타로 1, 3루 밥상을 차린 뒤 1루 대주자 조수행의 2루 도루에 이어 두산의 원조 신 스틸러 김인태가 2타점 대타 동점 2루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믿었던 이영하가 8회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자초한 뒤 박병호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이후 신인 최승용이 사구로 다시 만루를 만들었고, 조기에 투입된 마무리 김강률이 대타 김웅빈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았다.
두산은 8회 선두로 나선 정수빈이 초구에 허를 찌르는 번트안타로 다시 물꼬를 텄다. 이후 페르난데스의 진루타로 이어진 2사 2루서 잠실거포 김재환이 바뀐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극적인 우월 동점 투런포를 때려냈다.
하지만 마운드가 다시 승부처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김강률이 9회 2아웃을 잡고도 이용규, 김혜성에 연달아 볼넷을 내준 뒤 이정후에 쐐기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그리고 바뀐투수 권휘가 박병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완전히 승기를 내줬다.
외인투수가 없는 두산은 1차전 회심의 곽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4-7 충격패를 당했다. 이제 2차전은 임시 선발 김민규가 선발로 예정된 상황. 반면 키움은 검증된 정찬헌이 2차전 선발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날 불펜 소모와 선발 매치업을 감안했을 때 2차전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날 패배로 판이 뒤집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