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올해의 감독도 KBO리그에서 2년 만에 낙마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KIA로부터 2년 만에 계약 해지, 즉 경질 통보를 받으면서 KBO리그의 외국인 감독 신화도 무너졌다.
지난 2019년 10월 KIA 제9대 사령탑에 부임한 윌리엄스 감독은 3년 계약을 했지만 2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성적 앞에 장사없었다. 지난해 6위에 이어 올해는 창단 첫 9위로 추락하면서 해고 칼날을 맞았다.
메이저리그 홈런왕이자 감독상 출신의 윌리엄스 감독은 KBO리그를 찾은 최고 빅네임이었다. 순혈주의가 강한 KIA가 체질개선을 위해 큰 마음먹고 야심차게 데려왔지만 결과는 KBO리그 최초의 실패한 외국인 감독이 됐다.

KBO리그의 외국인 감독은 그동안 많지도 않았지만 실패한 적도 없었다. 지난 2008~201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7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롯데의 비밀번호를 끊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공격적인 '노피어' 야구로 부산에 다시 야구 붐을 일으켰다.
이어 2017~2018년 SK(현 SSG)를 지휘한 트레이 힐만 감독도 부임 첫 해 5위로 가을야구를 통과한 데 이어 2년차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철저한 부상 관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세밀한 야구로 무너진 SK 왕조를 재건했다.
실패한 적이 없는 외국인 감독, 그래서 윌리엄스 감독의 등장은 더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없는 전력으로도 5위 싸움을 하며 선전했지만 올해는 별다른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KIA의 전력 자체가 워낙 척박하긴 했으나 특정 선수 의존도가 높았고, 웬만한 국내 감독보다 더한 올드스쿨이었다. 리빌딩을 해야 할 KIA와 매일 이기는 야구를 주창한 윌리엄스 감독은 방향성부터 맞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이 떠나면서 올 한 해 역대 최다 3명의 외국인 감독이 있던 KBO리그에는 이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과 래리 서튼 롯데 감독만 남게 됐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해고는 어떤 식으로든 두 외국인 감독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수베로 감독은 부임 첫 해 외국인 감독 첫 10위로 꼴찌를 했다.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와 공격적인 주루, 다양한 마운드 실험으로 팀 초석을 다졌지만 리빌딩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FA 영입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부임 2년차가 되는 내년에는 탈꼴찌를 넘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성적을 내야 한다. 윌리엄스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감독에게 계약 기간은 종아 쪼가리에 불과하다.

지난 5월 허문회 감독의 경질과 함께 시즌 중 1군 사령탑으로 승격된 서튼 감독은 114경기에서 53승53패8무로 정확히 5할 승률을 올렸다. 최종 순위는 8위였지만 시즌 초반 꼴찌였던 팀을 빠르게 정비해 5강 싸움으로 이끈 점은 높이 평가된다. 2군 감독 시절부터 지켜본 젊은 선수들을 1군에서 쓰며 미래를 봤지만 내년이 계약 마지막 해로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감과 싸워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