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씨앗, 윌리엄스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오!쎈 이슈]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11.02 08: 05

비극의 씨앗이었다.
KIA 타이거즈에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지난 1일 이화원 대표이사, 조계현 단장, 맷 윌리엄스 감독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창단 첫 9위 성적에 대한 책임이었다. 시즌이 끝나면 대대적인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이어졌다. 결국 첫 외인 감독 카드가 실패로 돌아한 것이 비극을 불렀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2019시즌 10월 구단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간판타자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감독으로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지휘봉을 놓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코치를 역임했다. 

멧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이 부진한 성적으로 경질됐다./OSEN DB

구단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조계현 단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명의 후보와 접촉을 했고 최종 낙점했다. 새 바람을 불어 넣으며 2020시즌 5강 싸움을 벌였다. 선수들도 윌리엄스 감독과 함께 새로운 팀 분위기는 만드는 듯 했다. 
그런데 작년 마무리 캠프부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훈련을 8일로 단축했다. 적어도 마무리 훈련은 한 달 정도 한다. 유망주와 1군 전력으로 활용할 선수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기술훈련과 체력 훈련을 한다. 그런데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이 허벅지 부상이 많아 훈련을 시키지 않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대신 선수들에게 개인별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주었다. 당장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전과 베테랑들은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당연했다. 유망주 등 젊은 선수들은 상당량의 기술 훈련이 필요했다. 새로운 타격폼과 타격훈련, 새로운 구종을 익히고 던지는 대단히 중요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버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른 스프링캠프도 비슷했다. 훈련량을 크게 줄였다. 기본적인 훈련 시간 자체가 적었다. 넉넉히 잡아도 두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2월의 궃은 날씨가 이어져 야외에서 훈련도 못하는 날이 잦았다. 타자들은 그저 실내 타격만 했다. 그라운드 훈련이 필수적인 수비 훈련도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투수들의 투구수가 부족했다. 라이브피칭을 마친 신인 투수가 불펜에서 볼을 더 던지자 투구를 중단시키는 일도 있었다. 정 코치는 "젊은 투수들의 투구수가 너무 부족하다"며 하소연했다. 매년 지켜온 훈련 루틴이 무너지자 최형우 등 베테랑 타자들도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최형우는 캠프 막판에 "아직 몸이 덜 됐다. 감독님이 천천히 가자고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결과는 투타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개막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윌리엄스 감독./OSEN DB
시즌에 들어가자 문제는 선수들의 기용 문제에서 발생했다. 개막 초반 임기영과 이민우가 투구수 부족으로 구위가 100% 되지 않았다. 당연히 초반은 부진한 투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곧바로 2군으로 내려보냈다. 충분히 기회를 받지 못한 선발 이민우는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울러 무사 만루에서 불펜요원으로 기용한 고졸 신인 장민기가 부진하자 바로 2군으로 내려보냈다.
엔트리 선수들을 폭넓게 기용하지 않았다. 고졸포수 권혁경을 1군에 올려 한 달 넘게 벤치에만 앉혔다. 대타로도 내지 않았다. 선수 본인은 마음 고생이 컸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아연실색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8월 퓨처스리그에서 홈런을 펑펑 때리는 김석환도 추천이 올라갔는데도 부르지 않았고, 시즌 막판에야 올렸다. 내부적으로 선수들의 불만도 커져 갔다. 
세이브 기회가 왔는데도 마무리 투수를 기용하지 않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장현식에 대한 초유의 '사흘 4연투'도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본인인 원했다"고 해명을 했지만 감독이라면 무조건 막아야 하는 일이었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는데도 승리만을 추구한 것이었다. 
타격이 무너진 프레스턴 터커에 대한 고집스러운 기용도 도마에 올랐다. 과도한 벌크업 때문에 스윙 스피드가 줄었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터커는 1년 내내 타선의 구멍이 되면서 득점력 부재의 원인이 됐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도 계속 터커를 기용했다. 대신 이우성과 오선우, 김석환 등 젊은 거포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작전 등 경기 운용 방식도 경직되어 있었다. 감독으로 다양한 작전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시절처럼 그저 선수들에게만 맡겼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적 야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메이저리그식 '윈나우'만 고집했고, 결국 9위의 성적을 남기고 실패한 첫 외인 감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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