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1차전을 내줬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정규시즌 4위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지난 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내준 두산. 여전히 이날 무승부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1패면 가을이 끝나는 건 5위 키움과 같은 처지였다. 여기에 외국인투수의 동반 부상과 토종 에이스 최원준의 부족한 휴식으로 이날 선발 매치업(김민규-정찬헌) 역시 객관적 전력 상 열세였다. 일각에서는 사상 첫 5위의 시리즈 통과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4위는 5위보다 강했다. 두산과 키움의 정규시즌 1.5경기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일단 마운드에서 김민규가 우려를 딛고 4⅔이닝 5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 깜짝 호투를 선보였다. 지난해 가을 신데렐라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반면 관록의 정찬헌은 1⅓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 조기강판으로 고개를 숙였다.

화력싸움 역시 두산의 완승이었다. 전날 키움에 7실점하며 자존심을 구긴 두산은 이날 무려 15점을 올리며 1차전 패배를 말끔히 설욕했다. 15득점은 종전 10점(2017년 NC, 2018년 넥센)을 넘어선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었다.
1회부터 타선이 원활하게 터졌다. 호세 페르난데스가 볼넷, 김재환이 2루타로 밥상을 차린 뒤 양석환이 2타점 적시타로 기선을 제압한 것. 이후 2회 강승호의 안타, 김재호의 볼넷, 다시 정수빈의 안타로 이어진 만루서 페르난데스가 2타점 적시타로 격차를 벌렸고, 4회 2사 1, 2루서 페르난데스, 박건우, 양석환, 허경민 등 무려 4타자가 적시타를 터트리며 스코어 9-1을 만들었다.
두산은 멈추지 않았다. 6회 1사 후 상대 실책과 양석환의 안타로 맞이한 찬스서 허를 찌르는 더블스틸로 추가점을 만든 뒤 허경민, 강승호(2루타), 박세혁이 3타자 연속 적시타를 때려냈고, 정수빈의 안타와 폭투로 계속된 2사 2, 3루서 페르난데스가 2타점 적시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7회 1사 1, 2루에서 강승호는 1타점 적시타에 성공.
두산 타선은 이날 정수빈, 페르난데스, 양석환, 박세혁 등 무려 4명의 타자가 3안타 경기를 치렀다. 그 중 쿠바산 폭격기 페르난데스가 5타점, 트레이드 복덩이 양석환이 4타점으로 돋보였다. 페르난데스의 5타점은 2018년 넥센 제리 샌즈의 4타점을 넘어선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은 무려 20안타에 16점을 몰아치며 키움을 격파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차전을 내주며 위기에 처했어도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최강자는 4위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