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가 지난달 7일(이하 한국시간) 제이스 팅글러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 감독을 물색할 때만 하더라도 밥 멜빈(60)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감독이었다. 지난 2011년부터 11년간 오클랜드를 이끈 멜빈 감독은 이 기간 총 853승765패(승률 .528)를 거두며 3차례의 지구 우승을 이끈 명장. 올해 6월 시즌 중 구단 옵션이 실행돼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보장돼 있었다.
하지만 멜빈 감독은 2일 샌디에이고의 제22대 감독으로 공식 발표됐다. 계약 기간이 남은 다른 팀 감독을 뺏어온 것이다. 2002년 시즌을 마친 후 탬파베이 더블레이스가 시애틀 매리너스의 루 피넬라 감독을 영입하면서 중견수 랜디 윈을 내준 적이 있었지만 샌디에이고는 오클랜드에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
'MLB.com'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지난달 초 빌리 빈 오클랜드 야구운영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멜빈 감독과 면접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빈 부사장은 "그럴 일 없다. 지옥에나 가라"고 농담을 섞어가며 거절했지만 프렐러 단장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팀 연봉 절감에 나선 '스몰 마켓' 오클랜드의 재정 상황을 보고 연락을 계속 취했다. 오클랜드는 새 야구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어 긴축 재정이 불가피하다. 멜빈 감독 연봉은 400만 달러로 감독 중 최고 수준. 오클랜드로선 감독 연봉도 아껴야 할 판이었고, 빈 부사장도 고심 끝에 샌디에이고의 요청을 수락했다.
멜빈 감독을 만난 샌디에이고는 일사천리로 3년 계약에 합의했다. 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멜빈 감독은 오클랜드와 이별에 대해 "가끔 그럴 때가 온다. 운이 좋아 한 팀에서만 10년 이상 감독을 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자라면서 본 고향팀 오클랜드를 이끌 수 있어 행운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빈 부사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클랜드의 감독으로서 놀라운 10년을 보낸 멜빈 감독에게 감사하다. 그는 오클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위대한 감독으로 이곳을 떠난다.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향한 열정, 야구에 대한 탁월한 마인드, 모든 상황에서의 전문성은 그를 지난 11년간 우리에게 완벽한 감독으로 만들었다. 그가 새로운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빈 부사장은 샌디에이고에 별도의 보상도 요구하지 않고 멜빈 감독의 앞길을 열어줬다. 일종의 예우였다.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오클랜드가 10년간 멜빈 감독이 한 일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줬다. 빈 부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멜빈 감독이 잘되는 것이었다. 이 업계에서 그렇게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고마워했다. 빈 부사장은 "멜빈 감독은 팀을 맡은 뒤 여러 번 선수 구성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그가 겪어온 어려움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있어 가장 성공한 감독이었다"고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