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해결사 박건우가 가을이 되자 또 다시 작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큰 경기에 약한 면모를 보인다면 팀과 개인에게 모두 좋을 게 없다.
지난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키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은 구단 공식 유튜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 나만의 MVP를 뽑는 무인퇴근길 영상을 업로드했다. 2차전을 치르고 퇴근하는 선수들이 카메라를 향해 자신이 생각하는 키움전 MVP를 말하는 콘텐츠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1차전 동점홈런을 때려낸 김재환, 2차전 신데렐라 김민규, 5타점을 터트린 호세 페르난데스 등을 언급한 가운데 박건우는 “저 빼고 다요”라는 시무룩한 답변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팀의 준플레이오프행에 힘을 보태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박건우는 실제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서 10타수 1안타 1타점 타율 1할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1차전에서 헛스윙 삼진만 3개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긴 뒤 2차전에서도 1회 1사 1루서 우익수 뜬공, 2회 1사 1, 3루서 병살타를 치며 흐름을 계속 끊었다. 이후 5-1로 앞선 4회 2사 1, 2루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쳤지만 이미 점수 차가 어느 정도 벌어진 상황이었고, 이후 더 이상의 출루는 없었다.
박건우의 가을 부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그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44경기 타율 1할9푼 2홈런 18타점. 생애 첫 가을야구였던 2015년 준플레이오프 4경기 타율 1할1푼1리의 부진을 시작으로 2018년 한국시리즈 6경기 타율이 4푼2리에 그쳤고,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모두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다. 최근 7년 연속 정규시즌 3할 타율과 달리 이상하게 가을만 되면 방망이가 차갑게 식는 모습이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63타수 30안타, 타율 1할8푼4리다.
결국 박건우가 살아나야 두산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박건우는 김재환, 양석환과 함께 클린업트리오 역할을 무조건 수행해야 하며, 또 그를 마땅히 대체할 자원도 없다. 여기에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기에 자꾸 이렇게 큰 경기에 약한 면모를 보인다면 계약에 득이 될리 만무하다.
박건우는 올 시즌 라이벌 LG 상대로는 15경기 타율 3할9리 5타점의 무난한 기록을 남겼다. LG가 1차전 선발로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를 예고한 가운데 좌완투수에게도 타율 3할6푼4리 2홈런 13타점으로 강했다. 수아레즈 상대 타율 4할2푼9리 OPS 10할7푼1리 역시 반등을 기대케 하는 데이터다. 과연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타격감을 되찾고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