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성 "'강릉',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기준점 된 작품" [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1.11.04 18: 53

배우 유오성이 영화 '강릉'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4일 오전 영화 '강릉'(감독 윤영빈) 주연 배우 유오성의 온라인 인터뷰가 진행됐다.
'강릉'은 강릉 최대의 리조트 건설을 둘러싼 서로 다른 조직의 야망과 음모, 그리고 배신을 그린 영화. 유오성은 '강릉'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정서가 투박해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강원도 사람인데, 강원도 정서를 담은 영화가 별로 없었다. 강원도 사람의 정서가 잘 전달된 영화였고, 나름대로 누아르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오성은 극중 강릉 최대 조직의 수장 김길석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원래 제작자분이 시나리오를 주셨을때 길석 역이 아니라 다른 역할이었다"고 밝혔다. 직접 윤영빈 감독을 설득해 김길석 역을 맡게 됐다고.
이와 관련해 유오성은 "각 인물들이 하는 대사의 질들이 20대, 30대 초반의 사람들이 하기에는 관객들을 납득시키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주된 역할로 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 시나리오, 작품을 봤을때 '잘 할수 있다'고 뻔뻔하게 얘기하긴 처음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을 설득했다"며 "우리 영화 전체에 있어서 물론 길석이가 주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주인공의 입을 통한게 아니라 주변 인물의 대사를 통해 이야기가 전달 된다는 점이 좋았다. 사실 시나리오가 워낙 탄탄했었고 저는 무임승차를 했다"고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강릉'은 유오성과 장혁의 재회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BS2 드라마 '장사의 신 - 객주 2015' 이후 6년만에 장혁과 만나게 된 유오성은 "'장사의 신'도 험난하게 찍었다. 힘들게 작업하는 현장을 경험해본 사람이니까 같이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유오성은 '강릉'을 "'비트'와 '친구'를 잇는 누아르 3부작"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누아르 3부작의 시작점이 된 '비트' 출연 당시와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그때도 좋은 거 없고 지금도 없다. 배우는 계속 배워나간다. 나름대로 주어진걸 분석하고 표현하는 역할이다. 그냥 계속 공부하는 자세로 전진하고 있다"며 "그냥 직업적으로 선택했고, 잘 해내야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때와 비교하기에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꾸역꾸역 나이만 먹어가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누아르가 가진 "인간에 대한 연민, 그런 정서를 갖고 있는 정서를 선호한다"고 밝힌 유오성은 누아르 영화로서 '강릉'만의 차별점으로 "느림"을 꼽았다. 그는 "영화적 문법으로 누아르에는 배신과 복수가 다 들어있다. '강릉'만이 가진건 여유, 느림이다. 각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를 보면 인생이 녹아져 있다. 조금은 일반적인 누아르에서 보이는 섬뜩함보다는 느긋함, 여유로움이 많이 배치돼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강릉'을 통해 배운 점에 대해서는 "2017년 3월 27일 처음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개봉까지 4년 6개월이 걸렸다. 중간에 환경이 안 좋은 적도 있었다. 내 인생에서 4년 6개월을 투자한 드라마, 영화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사랑스러운 영화"라며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정말 녹록지 않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또 윤영빈 감독이 쫓기듯 촬영하는 상황에도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걸 주저하지 않고 잘 해냈다. 배우의 예술은 연극이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걸 인정하게 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27살때 처음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배우 생활을 이어온지 30년이 다 돼가는 유오성은 지금을 '인생의 3쿼터' 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28년, 29년간 사회 생활을 하면서 희망도, 즐거움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힘듦도 있었다"며 "이제부터는 열심히 연기하고 가장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인생을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시 27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답한 유오성은 "만약 27살로 돌아간다면 배우는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누구나 할수있는 일이라 하지만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다시 배우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 3쿼터'의 첫 드라마를 '검은 태양'으로, 그리고 첫 영화를 '강릉'으로 장식하게 된 유오성은 "현장에서 어떻게 작품에 임해야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소중함을 알려준 작품"이라며 "'검은 태양'도 그렇고 '강릉'도 그렇고 앞으로 배우 인생에서 기준점이 된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영화를 찍은 후에 윤영빈 감독에게 '누군가의 첫발자국에 누가 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4년 6개월 전의 약속이 잘 지켜졌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로부터 간만에 투박하고 짠한 감성 누아르, 로맨틱 누아르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오성에게 있어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강릉'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처음으로 개봉하는 국내 영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유오성은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 영화의 첫 스타트니까 나름대로 성과를 내서 그 성과물이 다른 한국 영화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끼쳐서 많은 분들이 극장으로 오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극장은 차원을 이동하는 우주선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은 승객으로 탑승하는 것이고,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오신거니까 너무 '두고보자!'라는 마음보다는 편하게 앉아서 '한번 동행해 보겠다'라는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좀 더 찰지게 전달 될거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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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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