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이걸?"…'통증의 풍경' 안내상x길해연x백지원, 담담한 추적 스릴러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11.04 14: 46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시네마 ‘통증의 풍경’이 담담한 추적 스릴러를 선보인다.
4일 오후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시네마 ‘통증의 풍경’(극본 임세준 송슬기, 연출 임세준)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임세준 PD와 배우 안내상, 길해연, 백지원이 참석했다.
‘통증의 풍경’은 허름한 동네에서 벌어진 기이한 살인 사건을 좇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다. 안내상(신부 역), 길해연(노파 역), 백지원(윤광숙 역)이 베일에 싸인 기이한 스토리를 첨예하게 풀어낼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KBS 제공

‘통증의 풍경’은 음산한 분위기의 영상미,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극적인 장면 전환과 사운드, 현대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을 조명한 현실적인 설정의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잠시도 눈 돌릴 틈 없는 기묘한 연출로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길 ‘통증의 풍경’에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임세준 PD는 “‘통증의 풍경’이 다른 지점이 있다면 자극적이거나 불쾌한 상황에 대해 건조하고 담담하게 떨어져서 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장르물의 기본이기도 하고, ‘영화’라고 부르는 것들의 명제에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은 무기력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화 된 연쇄 살인마는 어떨까 집중했고, 연쇄 살인마가 존재하는 분들이라고 한다면, 그걸 한국의 실정에 맞춰서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임세준 PD는 “과장, 강조, 미학적인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풍경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상황을 강조하는게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움직이지 않고 방관하는 느낌으로 제작하려고 했다. 촬영, 편집, 음악에 있어서도 기교를 부리지 않으려 했다”며 “살인자라는 사람의 심박이 느리게 뛴다는 의식이 있다. 배우 분들의 연기를 볼 때나 편집을 할 때나 그게 베이스로 있었다”고 설명했다.
길해연은 “추적 스릴러라면 빠르게 생각하실 수 있다. 우리들 자체가 ‘통증의 풍경’이다. 내레이션 자체가 우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등장 인물들은 사람과 섞여 살지만 고립되어 있다. 그 사람들끼리의 끈이 이어진 것이. 담담하지만 깜짝 놀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세준 PD는 “‘통증의 풍경’ 제목은 떨어져서 보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다. 연쇄 살인물이 가짜로 보이는 게 싫었다. 현실감 있게 다가가려면 좀 떨어져서 바라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게 풍경이라는 단어와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빛냈던 배우 안내상과 길해연, 백지원은 각각 신부 가브리엘, 노파, 형사 윤광숙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세 사람이 ‘통증의 풍경’을 통해 어떤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일지, 안방극장을 뒤흔들 이들의 추적 스릴러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임세준 PD는 “조합이 이뤄질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조합이 구현이 되면서 책임감이 느껴졌다. 시간과 예산이 빠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촬영이 시작되면서 시간과 자본이 부족해도 그게 배우들과 캐릭터의 본질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배우 분들이 가진 본질이 우리가 가진 한계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안내상은 “고독사로 출발하는 건 아니다. 대본을 받았을 때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돈이 왔던 작품이었다. 계속 뭔가 문제를 제기한다.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내 자신도 문제 제기를 받았고, 나도 이랬고, 이럴 수 있다라는 생각에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작품이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내상은 “신부 가브리엘 역을 맡았다. 신부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얼마나 경건하고 바르고 올곧게 살아갈까 생각하다가 이 작품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다른 신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끝없이 답을 추구하는데 답을 찾지 못한 신부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사람인데 사건을 만나고, 사건과 나는 결합되어야 하느냐 등 물음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쉽게 풀 수 없는 캐릭터로 받아들였다. 이런 역할은 처음이라 매력적이었다. 잘 표현됐는지는 곧 공개될 거다. 담담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길해연은 “KBS 단막극을 좋아한다. TV시네마라고 해서 영화적으로 한다는 건 드라마에서 다루기 힘들다. 생각할 것을 주고 다른 시선을 준다. 이걸 진짜 하느냐 싶어서 배우로서 반갑고 기쁘다. 인간 하나 하나의 군상에서 이미지가 오는 게 있었다. 이런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뻤다”고 밝혔다.
길해연은 “말씀 드릴 수 없는 게 많다. 내가 ‘통증의 풍경’ 그 자체다. 안내상, 백지원은 캐릭터의 이름이 있지만, 나는 이름이 없고, 폐지를 줍는 노인이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만나지 않는 사람이다. 참담하게 사는 후배에게 ‘외롭지 않냐’고 물었더니 ‘태어나서부터 쭉 그랬다’고 했다. 그 말이 와닿았다. 무기력, 쓸쓸쓸함을 넘어섰다. 어떤 일을 만나도 감흥이 없는데, 그게 드라마 속 일이지 않을까 싶다. 분노나 하나의 감정으로만 외로움이 표출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맡은 노파 역은 풍경처럼 스며들어 있었다고 생각해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백지원은 “대본 처음 받았을 때 수정한 부분이 있다. 기존 드라마들과 다르게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들을 제시하는 게 없는 대본이었다. 우리가 지금 힘들고 건조한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떤 태도,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본이었다. KBS에서 이걸 한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다.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지원은 “단순하게 접근했다. 계속 무기력을 이겨보려 노력한 인물이다. 작품에서 유일하게 의욕을 가지고 이 무기력을 이겨보려고 싸우는 인물인데, 고독사를 가장한 연쇄살인을 쫓는 과정에서 노파를 만나고, 뒤늦게 같이 공조하는 신부 가브리엘을 만나면서 ‘내가 이 무기력한 와중에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길해연은 “드라마라는 것은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화법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다. 담담한 공포다. 잔혹 동화, 삽화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안내상은 “20대의 세계관이 지금의 내 세계관이다. 인생에 있어 계속 문제를 던져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문제를 받아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때 ‘통증의 풍경’을 보면 되짚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지원 역시 “담담하게 봐주시면 될 것 같다. 풍경 컷들이 많이 나오는데, 예뻐 보이는 풍경 안에 아픈 통증, 묻어둔 통증이 있다. 아팠던 부분이나 상처들이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 시네마 ‘통증의 풍경’은 5일 밤 11시 25분 KBS2에서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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