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가을 무대를 앞둔 최채흥(삼성)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소풍 가기 전날 밤과 비슷한 심정이다.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 선수단은 대구에서 시리즈를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최채흥은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 생각이 없는 거다. 긴장도 안 하는 스타일이다. 그냥 설렘만 가득하다. 이번에 막으면 내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분위기를 즐긴다. 아웃 카운트 하나에 환호가 다르다”고 말했다.

오는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1차전은 만원 관중이 거의 확실시된다.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최채흥에겐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그는 “저는 관중이 많으면 더 집중하고 즐기는 스타일이다. 정현욱 코치님께서 저와 (원)태인이처럼 관심을 좋아하는 애들은 그런 상황에서 잘 던진다고 하시더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입대전 마지막 가을 무대라는 것도 잊고 산다. “입대보다 가을 야구를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KT에) 복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위 결정전에서 패하는 바람) 아쉽게 2등을 하게 됐으니까. 선수들 모두 그런 마음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최채흥은 계투진으로 변신한 뒤 위력이 배가 된 모습이다. 위기 상황마다 삼진쇼를 펼치며 삼성 마운드의 특급 조커로 우뚝 섰다.
“평소와 똑같은 생각으로 던지는데 좀 더 강하게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투구 밸런스가 더 좋아진 느낌이다. (강)민호 형 말로는 슬라이더가 좋아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헛스윙이 나오고 삼진이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 최채흥의 말이다.
불펜에서 출격을 기다리는 최채흥은 “항상 나갈 타이밍이 되면 설렌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쯤 되면 ‘불펜 체질’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그럴 때마다 “저는 선발이 딱 맞다. 제 적성”이라고 힘줘 말한다.
최채흥은 올 시즌 두산(1승 2패 평균 자책점 6.11)과 LG(2패 평균 자책점 9.31)를 상대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두산은 더욱 그랬다. 지난달 19일 대구 두산전에서 9회 박건우에게 홈런을 허용했고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함께 했던 박계범도 최채흥을 상대로 강세를 보였다.
그는 “건우 형이 내게 홈런을 때린 뒤 많이 놀렸다. 직구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는데 다음에는 직구 한 번 더 던져 삼진을 잡아내겠다. 내가 놀릴 타이밍이 됐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또 “두산은 너무 어렵다. 계범이도 삼성 시절 청백전 때 안타 하나 못 쳤는데 두산으로 가서 제 공을 잘 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참고사항일 뿐. 최채흥은 데뷔 첫 가을 무대에서 정규 시즌의 아쉬움을 말끔히 떨쳐낼 각오다.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잡은 뒤 선보일 세리머니도 야심 차게 준비 중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