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만에 KBO리그 현장으로 돌아온 롯데 자이언츠 김평호(58) 1군 주루 작전 코치는 설렘과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롯데의 새로운 1군 외야 주루 코치로 부임한 김평호 코치는 지난 2일, 마무리캠프 시작과 함께 합류해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롯데는 사직구장 확장과 함께 넓어지는 외야에 걸맞는 수비력을 갖추고, 빠른 야구를 구사하기 위한 적임자로 김평호 코치를 택했다. 2018년 시즌 도중 NC에서 퇴단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현재 롯데 코칭스태프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다. 래리 서튼(51) 감독보다 많은 나이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비교적 젊은 코칭스태프를 구축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곧장 보직을 맡은 코치도 있었다. 연령대도 낮고 경험도 적었다. 감독에게 직언할 수 있는 인물도 없었다. 롯데는 한계를 느꼈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지도자를 모셔왔다.

김평호 코치는 "구단에서 '젊은 코치들로 구성하다 보니까 코치 생활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르쳐 줄만한 코치가 없다', '감독에게 조언을 할 상황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다'라는 얘기를 하시더라"라며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얘기를 해주시더라"라며 영입 제의 당시를 전했다.
외국인 감독이지만 그래도 위계 서열 상 코치가 감독에게 직언을 하기는 쉽지 않다. 김 코치는 "아무리 외국인 감독이지만 우리 정서상 코치가 감독에게 먼저 다가가서 조언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라면서 "그래서 서튼 감독님하고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 '먼저 좀 더 적극적으로 물어봐달라. 우리가 얘기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코치들도 좀 더 수월하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는 서튼 감독은 ‘기동력 야구’를 강조했고, 김평호 코치의 영입을 반겼다. 서튼 감독은 "김평호 코치와 얘기를 나눴는데 철학이 비슷하다. 김평호 코치의 많은 경험을 우리 팀에 갖고 왔다"라며 "번트, 외야 수비, 주루 등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는 코치다. 우리 팀 코칭스태프가 강화됐다. 구단도 더 강해졌다"라고 전했다.
주루, 번트, 수비, 진루타 등 세밀한 야구의 가치와 정의를 새롭게 하고 싶은 김평호 코치다. 세밀한 야구의 가치를 좀 더 높이기 위해 구단 차원에서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루의 가치는 줄어들고 단순히 강하고 멀리 치는 야구가 득세하는 분위기부터 조금씩 바꿔보겠다고 하는 김 코치다.
"세이버매트릭스에서는 도루 성공률이 어느 정도 돼야 도움이 된다고 한다"라는 그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한 점 승부, 디테일하고 스피디한 야구로 박진감 넘치는 야구가 필요할 때도 있다"라며 "팀을 위한 희생이 개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꾸는 게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야 팀 퍼스트가 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시 돌아온 현장인 만큼 열정적으로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는 "결정적일 때 베이스러닝 하나로 아웃이 되면 팀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될 수 있다.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게 내 몫이다"라면서 "그래서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책임감이 크다”라고 부담감을 전했다. 그러나 이내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먼저 가르쳐달라고 다가오면 나는 너무 행복하다. 코치는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다. 소통을 하고 다가서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며 "새로운 훈련 방법과 나의 요령을 조금씩 접목해 나가고 있는데 얼마 안 됐지만 선수들도 궁금해 하고 재밌게 하는 선수들도 있다"라고 웃었다.
젊은 코치들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자료를 다 오픈해서 다 같이 보고 의논하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코치들의 코치가 되어야 하고 감독의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기본기, 외야 수비, 주루, 번트 등 세밀한 야구를 가르쳐야 한다. 김 코치가 바꾸고 싶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좋은 소리만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는 "우리 코치들이 모두 착한 것 같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별로 안 보이는 것 같다. 지적하는 역할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나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다 같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지적을 좀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안하는 게 눈에 띄는데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잔소리 좀 하겠다’고 미리 얘기를 했다. 그래야 팀이 좋아질 것이다”라고 신념을 확고하게 말했다.
롯데가 김평호 코치의 부임으로 세밀한 야구에서 강점을 보이고 끈끈한 야구를 펼치는 팀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