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7승 에이스 이영하와 56억 외야수 정수빈의 공통점은 올해 고난의 정규시즌을 보냈다는 것이다.
2019년 17승 이후 방황기를 보낸 이영하는 올해도 선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전반기를 8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33으로 마쳤다. 또한 스토브리그서 6년 총액 56억원에 FA 계약한 정수빈은 부상과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전반기 타율이 2할2리에 머물렀다. 토종 에이스와 주전 리드오프의 동반 부진은 두산 전력의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였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후반기부터 나란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영하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다. 다만 마무리라는 특정 자리를 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천후를 자처하며 부진을 만회하려 했고, 9월부터 두 달 동안 24경기 4승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60의 완벽투로 팀의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정수빈은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찬바람이 불자 특유의 야구 센스가 살아났다. 9월 월간 타율 3할7리 11타점의 맹타로 한때 1할8푼2리까지 떨어졌단 타율을 2할4푼4리로 끌어올렸고, 10월에도 타율 2할8푼8리 2홈런 10타점 활약을 펼치며 이영하와 마찬가지로 두산의 포스트시즌을 견인했다.
두 선수의 기세는 가을야구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이영하는 생애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낯설었는지 1차전에서 ⅓이닝 2실점 난조로 충격패 빌미를 제공했지만 2차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 구원승을 챙긴 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최원준에 이어 1⅔이닝(1실점)을 책임지며 홀드를 기록했다.
정수빈의 방망이도 매섭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서 타율 3할6푼4리로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 수행한 그는 전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로 LG 마운드를 마구 흔들었다. “포스트시즌이 되면 야구를 더욱 즐긴다”는 인터뷰에 걸맞은 공수주 활약이었다.
이들의 반등에는 절치부심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다. 이영하, 정수빈 모두 정규시즌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더욱 이를 악물고 포스트시즌을 뛰고 있다.
이영하는 “정규시즌 때 해주지 못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더 만회하기 위해 등판 횟수, 투구수 관계없이 최대한 점수를 안 주면서 열심히 던지려고 한다”며 “그런 생각으로 던지니 잡생각도 없어지고 스스로 좋다”고 말했다.
정수빈 또한 “(허)경민이, (박)건우 중에 지금은 내가 잘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규시즌에는 둘이 더 잘했다”며 “나는 지금이라도 잘해야 한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두산은 외국인 듀오의 부재에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통과에 이어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는 이변을 연출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를 따냈다. 17승 에이스와 56억 외야수의 반등이 원동력으로 작용한 결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