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설움→깜짝 스타 ‘어퍼컷 세리머니’…12년차 늦깎이 투수의 회한이 담겼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11.07 05: 06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가 3-0으로 앞선 6회말, LG 선발 켈리는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 1점을 허용했다. 이후 2사 1루에서 볼넷을 내줘 1,2루가 됐다.
두산은 최고의 대타 카드 김인태를 기용했다. 대타 타율 3할8푼1리. 김인태는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선발 안우진을 무너뜨리는 동점 2타점 2루타를 때리기도 했다.
LG는 켈리를 내리고 좌완 김대유를 구원 투수로 올렸다. 김대유는 초구 스트라이크(직구)를 잡은 후 내리 볼 3개가 들어갔다. 5구째 파울. 풀카운트에서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좌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좌투수의 슬라이더. 타자는 볼이라고 생각했으나 주심의 ‘삼진 콜’이 나왔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6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두산 김인태를 삼진아웃 처리한 LG 김대유가 포효하고 있다. /OSEN DB

심판 판정에 아쉬워하는 타자와 대조적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김대유는 포효하며 왼손 어퍼컷 세리머니로 감정을 표출했다. LG팬들의 관중석에선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차전 승부처였다. 실책으로 추격을 허용했고, 2사 후 적시타 한 방을 맞았더라면 1점 차로 흐름을 상대에게 넘겨줄 위기였다. 실점 위기를 넘긴 LG는 7회초 두산 추격조 상대로 5점을 뽑아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프로 12년차이지만,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김대유의 야구 인생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LG 김대유가 두산 김인태를 삼진 잡은 후 환호하고 있다. /OSEN DB
김대유가 걸어온 길은 파란만장하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18순위)로 넥센에 입단했지만, 1군 데뷔도 하지 못한 채 2013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2014시즌 SK에서 프로 데뷔 꿈을 이뤘으나,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점대로 부진했다. 다시 1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3년 후 2017시즌 6경기(4.2이닝)에서 평균자책점 9점대를 기록했다. 결국 2018시즌을 마치고 방출 선수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다.
9년 동안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한 김대유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타 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고생 끝에 KT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바닥을 딛고 심기일전한 김대유는 KT에서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2군에서 평균자책점 1.50(15경기 15이닝 3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자, 1군 무대 기회를 잡았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시간(145일)을 1군에서 보냈다. 비록 추격조였지만 2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33(27이닝 7실점)으로 괜찮았다.
왼손 불펜을 눈여겨 본 LG가 2019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김대유를 지명했다. 김대유는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고, 1군에 고작 3경기 등판했고 평균자책점 23.14를 기록했다.
기록은 참담했지만, 시즌 준비과정에서 혼돈이 있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류지현 감독은 김대유를 올 시즌 기대하는 좌완 불펜 투수로 꼽았다. 류 감독은 “지난해 캠프에서 공이 아주 좋았다. 활용도를 넓히려고 선발로도 준비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혼란을 겪으며 잘 안 됐다. 사이드암 투구폼도 팔을 조금씩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지난해 부진을 설명했다.
올해는 불펜으로 고정하고, 투구폼도 선수가 원하는 대로 맡겼다. 올 시즌 김대유의 첫 등판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 못지 않은 위기였다. 4월 6일 수원 KT전에서 3-2로 추격 당한 8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무득점이던 KT가 8회 2연속 적시타로 2점을 따라왔다. 김대유는 등판하자마자 외국인 타자 알몬테를 유격수 땅볼 병살타로 위기를 막아냈다.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첫 홀드를 기록했고, LG는 3-2로 승리했다.
이후 김대유는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자신있게 던졌고, 제구력도 몰라보게 안정됐다. 개막전부터 시즌 끝까지 풀타임 1군 엔트리에 있었고, 무려 64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24홀드 평균자책점 2.13의 깜짝 활약을 했다. 홀드 공동 4위.
방출될까 걱정하고, 2군에서 전전했던 처지에서 이제는 LG 불펜에서 첫 번째 좌완 옵션이다.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1군 39경기(45⅔이닝) 1패 투수에서 대반전을 보여줬다. 데뷔 12년 만에 밟은 가을야구, 김대유의 포효는 그 어떤 세리머니보다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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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두산 김인태를 삼진으로 잡은 LG 김대유가 포효하고 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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