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단기전의 달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두산 베어스가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수 없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넘어 플레이오프행을 이뤄냈다.
두산은 올 시즌 71승 8무 65패(승률 5할2푼2리) 기록하며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다. 2015년 김태형 감독이 부임 이후 무려 7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를 받은 것. 그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창단 처음으로 해보는 낯선 시리즈였다. 그 동안 김태형호가 3위에 오른 적은 있어도 4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낯설었는지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4-7 일격을 당했지만 2차전에서 정찬헌-한현희-최원태로 이어진 상대 A급 마운드에 20안타-16점을 뽑아내며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부상으로 빠진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 없이 곽빈과 대체선발 김민규로 이뤄낸 성과였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세를 그대로 이었다. 상대는 시즌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3위 LG.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서 혈투를 치른 반면 LG는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나흘을 쉬었고, 1차전 선발도 일주일을 푹 쉰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와 나흘 휴식한 최원준이 격돌했다. 양 팀의 정규시즌 승차도 무려 4경기. 이번에도 투타 모두 객관적 열세였다.
두산은 3위와의 전력 차이를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의 관록으로 극복했다. 1차전에서 선발 최원준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타선의 빅게임 득점권 집중력을 앞세워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를 따냈고, 2차전 3-9 패배로 시리즈를 끝내지 못했지만 사령탑의 빠른 판단으로 필승조를 아끼며 3차전을 대비했다.
3차전 역시 타선의 집중력과 벤치의 기민한 대응이 돋보였다. 선발 김민규가 1회부터 실점하자 2회부터 이영하를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영하는 4이닝 무실점 66구 투혼으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여기에 타선은 3회 호세 페르난데스의 결승 투런포, 5회 정수빈의 3타점 싹쓸이 3루타를 비롯해 6득점하며 일찌감치 대구행의 기운을 가져왔다. 최종 결과는 10-3 승리.
오프시즌 최주환, 오재일, 이용찬이 이탈했고, 가을을 앞두고 외국인투수 듀오마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가을 두산에게 이는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올해도 특유의 가을 DNA를 발휘했고, 5위 키움에 이어 3위 LG까지 격침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뒤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두산의 시선은 이제 꿈만 같았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향한다. 과연 대구에서도 미라클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