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MVP 타자와 20승 투수를 모두 영입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포스트시즌에서 2경기 만에 조기 탈락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아끼지 않았지만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한신은 지난 7일 일본 오사카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2021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맥스 시리즈(CS)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제1스테이지 2차전에서 2-4로 역전패했다. 11안타 2득점으로 타선의 결정력 부재가 드러났고, 수비 실책 2개로 자멸하면서 시즌이 끝났다.
앞서 6일 1차전 0-4 패배에 이어 2경기 연속 패배. 정규시즌 2위 한신은 3위 요미우리에 무려 11경기 차이로 앞섰다. 전력이 우위에 있었지만 무기력한 2연패로 업셋을 당했다. 2차전 무승부만 했어도 승부를 3차전으로 이어갈 수 있었지만 한신에는 그럴 힘이 없었다.

이날 2차전에선 지난해 KBO리그 MVP, 홈런왕에 오른 멜 로하스 주니어(31)와 20승 골든글러브 투수 라울 알칸타라(29)가 나란히 출격했다. 로하스는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쳤고, 5회 3번째 투수로 나선 알칸타라는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퍼펙트 투구를 했지만 한 번 넘어간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로하스와 알칸타라는 KBO리그 활약을 발판삼아 지난겨울 한신과 계약을 했다. 로하스는 2년 총액 500만 달러, 알칸타라는 2년 총액 400만 달러로 특급 대우 속에 일본에 입성했다. 두 선수 몸값만 총액 900만 달러(약 10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정부의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로 팀 합류가 늦었다. 5월 1군에 데뷔했지만 적응에 애를 먹었다. 로하스는 데뷔 첫 21타석 연속 무안타로 구단 불명예 기록을 쓰면서 시즌 내내 1~2군을 오르내렸다. 알칸타라도 선발에서 구원으로 밀렸고, 1군 외국인 5명 쿼터 때문에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후반기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로하스였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했다. 일본 첫 해 60경기 타율 2할1푼7리 8홈런 21타점 OPS .663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알칸타라는 24경기(7선발)에서 59⅓이닝을 던지며 2승3패6홀드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48개에 만족했다. 크게 나쁘진 않지만 몸값에 걸맞은 성적은 아니다.
'괴물 신인' 사토 데루아키가 맹타를 휘두르며 전반기를 센트럴리그 1위로 마친 한신은 그러나 후반기 뒷심 부족으로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2005년 이후 16년 만에 리그 우승이 좌절된 한신은 가을야구도 단 2경기로 끝나면서 1985년 이후 36년만의 일본시리즈 우승마저 물거품됐다. CS 제1스테이지에서 3위 팀에 업셋을 당한 것만 구단 역대 5번째로 가을에 유독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기 후 야노 아키히로 한신 감독은 "시즌 초반 시작이 좋아 팬들의 기대가 컸는데 정말 아쉽다. 팀 전체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물론 내 자신의 성장도 필요하다"며 "분한 마음이 크지만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 모습을 앞으로 보여주겠다"고 내년을 기약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