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에 이어 정수빈까지 절친 박건우의 두산 잔류 프로젝트 동참을 선언했다.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는 두산이 자랑하는 ‘90년생 트리오’다. 단어 그대로 1990년에 태어난 세 선수로, 2009년 나란히 두산에 입단해 어느덧 팀을 이끄는 핵심 3인방으로 성장했다. 출신 학교(허경민 광주일고, 박건우 서울고, 정수빈 유신고), 지명 순위(허경민 1라운드, 박건우 2라운드, 정수빈 5라운드)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10년이 넘게 경기장 안팎에서 동고동락하며 한 편의 성장드라마를 써왔다.
시간이 흘러 90트리오 역시 FA 제도 아래 완전체 유지와 결별이라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KBO FA 자격은 고졸의 경우 정규시즌 현역선수 등록일수가 145일 이상인 시즌이 9시즌에 도달할 경우 취득이 가능하다. 그 결과 박건우보다 먼저 주전으로 도약했던 정수빈과 허경민이 2020시즌을 마치고 나란히 FA 자격을 획득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는 90트리오의 해체를 막을 수 있었다. 시장 최대어로 꼽힌 허경민이 6차례의 협상을 진행한 끝에 4+3년 최대 85억원에 두산 잔류를 택했고, 정수빈도 한화의 4년 총액 40억원 제안을 뿌리치고 원소속팀 두산과 6년 총액 56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당시 정수빈은 “(허)경민이가 정말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했다. 계속 함께하자고 했다”고 웃으며 “물론 한화에 가서도 더 성장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경민이와 긴 시간 안정적으로 가는 방향을 택했다”고 계약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이제 박건우가 FA 시장에 나오게 됐다. 90트리오가 두 번째 해체 위기에 처하게 된 것. 박건우는 7년 연속 3할 타율에 정상급 수비 및 주루를 보유한 KBO리그 대표 외야수로, 원소속팀 두산을 비롯해 외야 보강이 시급한 구단들간의 뜨거운 영입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절친이 다시 한 번 구애 작전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만난 허경민은 “항상 이맘때가 되면 FA 이야기가 나오는데 친구가 아닌 동료 입장에서 봤을 때 두산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바로 (박)건우와 (김)재환이 형이다. 앞으로 두 선수와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며 “(박)건우도 정말 남고 싶어 하고, 나 역시 이런 동료들이 있어야 아구를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리고 이튿날 3차전에서 준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쥔 정수빈도 이 프로젝트 합류 의사를 밝혔다. 자신도 지난해 친구의 끊임없는 전화로 마음이 흔들렸기에 박건우에게 똑같은 방법을 쓸 계획이다.
정수빈은 “(허)경민이, (박)건우랑 끝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하며 “건우가 이제 FA인데 경민이랑 같이 공략하면 넘어오지 않을까 싶다”고 절친의 잔류를 간절히 바랐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