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에 빠른 선수들이 포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코어 베테랑 선수들도 건재하다.”
본격적인 1군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래리 서튼 감독은 내년 시즌의 밑그림을 조금씩 그리는데 여념이 없다. 라인업에 스피드를 갖춘 선수들을 포진시켜 역동적인 야구를 펼치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재 선수단 구성상 라인업을 극단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모두 리그 최정상급 생산력을 과시하는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그는 “아직 우리 코어 베테랑 선수들도 건재하다”라며 젊고 스피디한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 이대호는 내년이 현역 마지막 시즌이고 전준우, 안치홍 등의 베테랑 선수들에 점점 성장하는 한동희까지가 현재 레귤러 멤버라고 볼 수 있다. 서튼 감독이 자신의 야구를 본격적으로 펼칠 2022년에도 이들이 계속 활약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선수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곧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획득하는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 타자 손아섭(33)과 뒤늦게 기량을 만개한 늦깎이 스타 정훈(34)의 거취 여부다. 손아섭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되고 정훈은 생애 첫 FA다.
올 시즌 손아섭은 비교적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139경기 타율 3할1푼9리(542타수 173안타) 3홈런 58타점 11도루 88득점 OPS .787의 기록을 남겼다. 안타 생산력은 커리어 5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안타 생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 풀타임 시즌을 보내기 시작한 2010년 이후 OPS는 3번째로 낮은 수치였고 3할대 장타율도 2012년(.396) 이후 처음이다. 올해 3홈런은 풀타임을 소화하기 시작하고 가장 적은 기록이었다. 장타력이 뚝 떨어졌다. 만족스럽지 않았을 시즌.
지난 2018년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98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던 손아섭은 두 번째 FA를 맞이하는데 올해 연봉이 5억 원에 불과했다. 계약 첫 3시즌 연봉이 15억 원-20억 원-20억 원이었지만 대폭 삭감됐다. 계약 체결 당시 두 번째 FA를 염두에 둔 계약이었다. 타구단 이적 시 지불해야 하는 보상액을 줄여서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계약이었다.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매겨질 FA 등급에서 손아섭은 B등급이다. 보상 규모는 직전시즌 연봉의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시즌 연봉의 200%로 책정된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정훈의 경우 다시 한 번 커리어 하이 시즌을 경신했다. 135경기 타율 2할9푼2리(486타수 142안타) 14홈런 79타점 70득점 8도루 OPS .818의 성적을 남겼다. 홈런과 타점은 모두 지난해를 뛰어넘으며 뒤늦게 만개하기 시작한 기량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1루수와 중견수 모두 가능한 멀티플레이어 능력도 정훈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요소. 클러치 상황에서의 집중력은 정훈의 보이지 않는 가치이기도 하다.
2022년이면 만 35세로 신규 FA가 되는 정훈은 FA 등급제에서 C등급을 받게 된다. C등급은 직전 시즌 연봉의 150%만 보상금으로 지불하면 된다. 올해 연봉은 1억 원으로 이적 시 보상금은 1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나이는 30대 중반이지만 영입시 반대급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FA 자원인 것은 분명하다.
올해 젊은 선수들이 1군에 많이 자리를 잡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전급 선수들과 기량 차이는 큰 편이다. 만약 두 선수와 FA 협상이 삐긋할 경우 이들의 자리를 채우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롯데는 FA 협상 전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은 최근 대폭적인 ‘연봉 다이어트’를 감행했고 기조 역시 합리적인 투자로 돌아서고 있다. 타 구단과 영입 경쟁이 붙을시 롯데가 이들을 잔류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잔류가 최선이지만 이들이 이탈할 경우 라인업은 운동 능력을 갖춘 빠른 선수들로 채울 수 있겠지만 성적을 위한 서튼 감독의 기대가 꺾일 수 있는 선수단 구성이 될 수 있다. 과연 건재한 핵심 베테랑 선수들을 모두 지킨 채 서튼 감독의 2022시즌의 야구가 펼쳐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