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왕조를 이끌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5차례 차지했다. KT 사령탑에 올라 3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 지도자로서도 드디어 우승을 맛 봤다.
이강철 감독은 우승 직후 “(선수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져 본 적이 없었는데 수석코치하면서 2번 졌다. 감독이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우승을 했다. 일단 정규 시즌 우승으로 1차 관문을 통과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 감독은 수석코치로 2016년 넥센, 2018년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어 이 감독은 “2인자로 선수생활을 마쳐 지도자로 1위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일단 한번은 이룬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 9월, 이 감독은 취재진과 이야기 도중 2인자에 관련된 해태 시절 일화를 꺼냈다. 이 감독은 선수 때 우승 경험이 많고,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개인 타이틀은 운이 없었다.
1992년, 이강철 감독은 송진우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다승왕 경쟁을 벌였다. 이 감독은 “타이틀 욕심에 시즌 막판 이틀 쉬고 던지고, 사흘 쉬고 던졌는데 졌다. 동열이 형이 ‘그냥 날짜 대로 나가라, 천천히 해라’고 말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선동열 전 감독은 11경기 2승 8세이브 평균자책점 0.28을 기록하고 부상으로 후반기에는 던지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감독은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 해 200이닝 넘게 던졌다. 동열이 형은 아파서 마무리가 없었다. 경기 중간에 조계현 선배가 ‘뒤에 내가 던져줄까’ 물어보더라. ‘형이 나가서 만약에 역전돼 내가 승리를 못하면 평생 형을 원망하게 될 거다. 그러니 그냥 내가 던지겠다’고 하고 계속 던졌다. 내가 8회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원망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결국 마지막 경기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이강철 감독은 18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다승왕은 19승의 송진우가 차지했다. 이 감독은 그 해 33경기 217.1이닝을 던지며 완투를 12차례(완봉 2회) 기록했다.
팀 내에서는 선배 선동열, 조계현에게 가려졌던 이강철 감독은 한 번 찾아온 다승왕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다승 타이틀은 놓치고 대신 탈삼진으로 프로 데뷔 첫 개인 타이틀을 수상했다.
이후 이강철 감독은 1996년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을 기록하며 우승과 함께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선수 시절 가장 큰 개인상이었다.
1~2차전 구원 투수로 등판한 뒤, 3차전에는 선발로 등판해 6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이틀 쉬고 5차전, 3-1로 앞선 9회초 2사 2,3루에서 볼카운트 2S 2B에서 이강철 감독은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타자는 박진만에서 좌타자 이희성으로 교체, 이강철 감독은 공 1개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곤 다음날 6차전 선발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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