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베테랑타자 나지완(36)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나지완은 시즌 중 두 번째 FA 자격요건을 충족했다. 지난 2016시즌을 마치고 첫 번째 FA 자격을 얻어 4년 40억 원에 계약을 했다. 2019년 부상과 부진으로 제대로 뛰지 못해 5년 만에 기한을 채웠다.
2008년 입단해 14년 동안 타이거즈맨으로만 뛰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드라마같은 역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으로 각광을 받았다. 첫 FA 계약을 맺고 맞이한 2017년에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터트리며 두 번째 우승에도 큰 기여를 했다.

타이거즈 최다 221홈런의 실적에 여전히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나이이다. 건강하다면 2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힘과 경험이 있다. KIA는 나지완처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야수가 부족하다. 젊은 후배들을 이끌며 분위기를 만드는 나지완의 존재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 걸림돌로 인해 FA 선언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올해 성적이 부진했다. 부상으로 실가동 74일, 31경기에 그쳤다. 102타석만 소화했고 홈런 없이 13안타만 쳤다. 타율 1할6푼이다. 작년 2할9푼1리, 17홈런, 92타점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으나 급전직하했다.
FA 보상 문제도 있다. 두 번째 FA 자격이라 B등급이다. FA 규정에 따르면 '전년도 연봉(4억 원)의 100%와 25인 보호선수를 제외한 선수 1명, 혹은 전년도 연봉 200%'를 보상해야 한다. 돈보다는 보상선수를 내주는 부담이 따른다.
더욱이 올해 FA 시장상황도 대물급들이 많이 나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을 수 있다. FA 선언의 실리가 없다고 판단하면 1년을 백의종군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FA를 선언하면 시장에서 평가를 받기보다는 KIA 구단의 방침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KIA 구단은 "FA 권리를 갖는 만큼 선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의 최종 결정에 따라 방침을 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야 FA 시장이 열린다. 아직은 FA 자격공시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 나지완은 취재요청에 "죄송해요, 나중에 전화드릴게요"라는 톡을 보내왔다. 그만큼 고민이 깊다. 지친 심신의 회복에 주력하면서 신중하게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마음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