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던지고도 아무 이상 없다고 한다."
KBO리그 최초의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서 KT의 우승을 이끈 주역은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1)였다. 지난달 3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서 쿠에바스는 7이닝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괴력투로 KT의 1-0 짜릿한 승리를 견인했다. KT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이 쿠에바스 손에서 이뤄졌다.
놀라운 건 쿠에바스가 불과 이틀을 쉬고 99구를 던졌다는 점이다. 앞서 28일 수원 NC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쿠에바스는 7이닝 108구를 던진 상태였다. 최종전까지 1위를 가리지 못하면서 타이브레이커 게임이 성사됐고, 쿠에바스는 이틀 휴식 등판을 강행했다. 길어야 2~3이닝 정도를 예상했지만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초인적인 투구로 KT에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선사했다.

9일 서산에서 예정된 한화와의 연습경기가 취소된 뒤 취재진을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그렇게 던지고 나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며 "그날 공이 진짜 대단했다. 볼끝이 휙휙 휘어지는 게 대단했다. 나도 많이 놀랐다. 그렇게 잘 던질 줄 몰랐다. 쿠에바스가 우승을 만들어준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선수들이 '냉정한 쿠에바스는 페드로 같다'고 말하더라"며 경기에 몰입할 때 쿠에바스는 '외계인'으로 불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6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마르티네스에게 커터를 배운 인연이 있다고 밝힌 쿠에바스는 "나의 커터 스승이 페드로다. 직접 1대1로 지도받았다. 내게 우상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중요할 때는 쿠에바스가 잘해준다. 그렇게 혼내면서도 3년간 같이 한 이유다. 우승 확정 후 쿠에바스가 까부는 모습도 이뻐 보이더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도 8이닝 1실점 호투로 팀에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안긴 바 있다.
지난 2019년 이강철 감독과 부임과 함께 KT에서 3년째 보내고 있는 쿠에바스는 좋은 공을 갖고도 기복 심한 투구로 애를 태웠다. 올 시즌에도 5월까지 오락가락 투구를 반복하면서 불펜으로 보직 이동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6월말부터 안정을 찾았고, 8월 갑작스런 부친상 이후 완전히 각성한 모습으로 이강철 감독과 동료 선수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쿠에바스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유력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쿠에바스 본인도 "우리 팀 투수 누구도 자신이 언제 나갈지 모른다"면서 비밀에 부쳤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신뢰는 어느 때보다 크다. "쿠에바스가 앞으로 두 번만 더 그렇게 던져주면 좋겠다. 내년 재계약이 걸려있으니 본인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