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해 너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50억 FA’ 오재일, 그리고 오재일의 반대급부로 삼성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긴 박계범이 결정적 상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9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이 삼성을 6-4로 꺾었다.
삼성과 두산이 2015년 한국시리즈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만나는 것 외에도 관전포인트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재일과 박계범의 맞대결이었다. 두산 왕조의 한 축이었던 오재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총액 50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이적했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내야수 박계범이 보상선수로 선택을 받았다. 데뷔팀을 떠나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오재일은 정규시즌 120경기 타율 2할8푼5리 25홈런 97타점 OPS .878의 성적으로 거포 1루수 갈증에 시달리던 삼성의 숙원을 해결했다. 이적 첫 시즌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오재일에 비해 관심도는 떨어졌지만 박계범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두산 선수단의 윤할유 역할을 했다. 유격수, 2루수, 3루수 등 내야 전포지션을 오가며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118경기 타율 2할6푼7리 5홈런 46타점 OPS .725의 기록으로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친정팀에게 더욱 보여주고 싶었을 터. 하지만 너무 의욕이 앞섰을까. 두 선수 모두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다.
5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오재일은 1회 2사 2루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기회를 이어갔다. 호세 피렐라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삼성은 2-0으로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재일은 이후 주자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타석에서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3회 1사 1루에서 1루수 땅볼을 때리며 선행주자가 아웃됐다. 무엇보다 5회초 1사 후 김지찬의 안타와 견제 실책, 구자욱의 볼넷, 강민호의 사구로 만들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때리면서 동점, 나아가 역전까지 일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7회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했다.

박계범도 마찬가지. 0-2에서 추격을 개시하던 2회초 1사 만루에서 1루수 땅볼을 때리며 홈에서 주자가 아웃됐다. 후속 강승호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박계범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6회말 박계범은 위기를 자초했다. 1사 1,2루에서 강한울의 땅볼 타구가 강하게 정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1사 만루 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두산은 마운드의 홍건희가 박해민과 김지찬을 모두 범타로 유도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박계범은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국 오재일과 박계범 모두 이날 서로에게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의욕이 과했던 탓이었을까. 두 선수 모두 서로에게 비수를 꽂지 못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