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야심차게 준비했고 심혈을 기울였던 연수의 결말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
롯데는 지난 2020년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윤성빈, 이승헌, 한승혁, 최하늘 등 4명의 투수를 미국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센터에 2주 간 단기 연수를 보냈다.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어깨 부상 이후 재활 과정에서 드라이브라인의 효과를 톡톡히 봤던 투수였고 클레이튼 커쇼도 드라이브라인에서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했다.
롯데는 이들 기대주 4명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하고 구속 강화에 특화된 교정법과 운동법으로 이들의 성장을 꾀하려고 했다. 그리고 드라이브라인 센터의 장비들을 2군 구장인 김해 상동구장에 들여왔다. 구단의 숙원 사업과도 같은 젊은 투수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2주 간 연수를 다녀온 4명의 투수들은 즉각 효과를 보는 듯 했다. 현지에서도 극찬을 받은 윤성빈은 이후 합류한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연신 뿌리며 기대감을 갖추게 했다. 이승헌도 이후 구속이 상승했고 한승혁도 주무기 슬라이더의 효용성과 가치가 높아졌다. 최하늘은 연수 이후 곧장 상무에 입대를 했지만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하지만 효과는 1년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윤성빈은 연수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잠시나마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후 제구 불안에 허덕였다. 올해 5월 21일 잠실 두산전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다시금 기대감을 높였지만 하지만 이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간 뒤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더 이상 1군 콜업도 없었다. 2년 간 1군 등판은 단 1차례. 퓨처스리그에서는 2년 간 50⅔이닝을 던지면서 무려 65개의 볼넷을 남발했다. 성장하지 못하고 퇴보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결국 윤성빈은 조만간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1년 6개월 동안 팀을 떠나는 윤성빈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롯데 소속이다. 전역하고도 다시 돌아와 몸을 만들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한승혁의 경우 이제 더 이상 기댈 소속팀이 없다.
지난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돼 기대를 한몸에 받은 좌완 투수다. 1년 만에 경찰야구단에서 군 문제를 해결결했고 드라이브라인 연수 이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30경기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3.81의 기록을 남겼고 1군에서도 좌완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했다. 지난해 8월 7일, 1군 데뷔전이었던 잠실 두산전에서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뒤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역대 61번째 선수였다.
슬라이더의 위력으로 버텨나갔다. 하지만 역시 제구를 잡지 못했고 패스트볼 구위도 기대만큼 올라서지 못했다. 올해 퓨처스리그 33경기 2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0로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구단의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 외에도 드라이브라인 초기 연수생들의 성과는 좋지 않다. 이승헌도 지난해 구속 상승과 체인지업 위력 극대화로 1군에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성장 과정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불운도 있었지만 성장세가 둔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8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4.66의 기록을 남겼고 올해를 더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올해는 오른손 중지 건초염 증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며 고전했다. 16경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77의 기록에 그쳤다.
최하늘의 경우 이제 막 전역했다. 현재 교육리그 등판을 하고 있지만 공식 전역은 12월이다. 주무기 체인지업만큼은 극찬을 받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성실한 선수로 정평이 나 있기에 구단 역시 전역 이후 전력화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당장 평가하기 힘든 유망주들의 성장과 결과다. 현재의 결과가 끝이 아니기에 한계를 섣불리 재단하면 안된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 치고는 결말은 씁쓸했고 성장하지 못하고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롯데는 지난 9일 한승혁을 비롯해 투수 강동호, 내야수 홍지훈을 함께 방출했다. 지난 10월 29일에 투수 김건국, 오현택, 권동현, 김정주 등 4명을 방출한 바 있다. 2년 FA 계약이 만료된 노경은과는 보류권을 포기하면서 자유계약 선수로 신분을 전환시켰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