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가을 신데렐라 김민규(22)가 KT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처럼 이틀 휴식에도 날카로운 구위를 뽐낼 수 있을까.
두산 김태형 감독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1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삼성과의 2차전 선발투수로 김민규를 예고했다.
원래대로라면 5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이었던 곽빈이 나흘 휴식 후 나서야 하는 상황. 그러나 허리에 예상치 못한 통증이 발생하며 플랜이 변경됐다. 김 감독은 “허리 치료가 필요해 플레이오프 2차전에 못 들어가게 됐다. 상태를 계속 봐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김명신, 장원준 등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들의 등판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령탑은 7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김민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곽빈의 동갑내기 친구인 김민규는 이번 가을을 앞두고 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이 빠진 선발진에 합류해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지난해 가을 신데렐라답게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4⅔이닝 3실점 깜짝 호투를 펼치며 팀의 준플레이오프행을 이끈 바 있다. 그러나 7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1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조기에 마운드서 내려왔다. 당시 투구수는 30개.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틀 휴식이 큰 무리가 아닐 수도 있다. 이번 가을 투구수로만 따지면 2일 77구을 던진 뒤 4일을 쉬었고, 7일 30구 이후 이틀 휴식을 가졌다. 플레이오프 2차전 투구가 충분히 가능한 스케줄이다.
김민규의 올 시즌 성적은 31경기 2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07. 다만 삼성 상대로는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1.94(5⅓이닝 13자책)로 크게 흔들렸다. 잠실에서는 4월 6일 구원으로 나서 ⅔이닝 2실점으로 고전했지만 6월 15일 1이닝 무실점으로 이를 만회했다. 나머지 난조는 대구에서의 일이었다.
최근 이틀 휴식으로 이슈가 됐던 투수는 KT 외인 쿠에바스다. 그는 10월 28일 NC전에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31일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 나서 다시 7이닝 무실점 투혼으로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물론 김민규의 이틀 휴식이 쿠에바스와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선발진이 부족한 두산 역시 김민규의 체력과 구위가 이틀만에 나아졌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도 3전 2선승제 승부에서 1차전을 먼저 따냈기에 크게 조급할 건 없다. 김민규가 조기에 무너진다 해도 8일과 9일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이영하를 투입시키면 된다. 다만 김민규의 이닝 소화가 길어질수록 그만큼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가 다시 한 번 가을 신데렐라의 면모를 뽐낸다면 다시 대구에 내려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