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시리즈는 선발보다 불펜에서 더욱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불펜 전환이 만든 새로운 볼거리다.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는 14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7전 4선승제의 2021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정규시즌 챔피언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7년 연속 이 자리까지 올라온 4위 두산의 2년 연속 가을야구 맞대결이다.
지난 준플레이오프부터 그랬듯 이번에도 전력의 우위는 당연히 KT가 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선발진의 품격이 남다르다. 두산이 그 동안 만났던 팀들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 1위(3.69) 팀답게 윌리엄 쿠에바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소형준, 배제성 등 수준급 투수들이 줄지어 두산과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KT 이강철 감독은 13일 미디어데이에서 국가대표 에이스 고영표의 불펜 기용이라는 승부수를 공개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 26경기 11승 6패 평균자책점 2.92에 퀄리트스타트 공동 1위(21회)에 오른 정상급 선발 자원. 그러나 그를 뒷문에 배치하며 상대에게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KT는 불펜 평균자책점도 전체 2위(3.68)인 팀. 가진 자의 여유가 한껏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반면 두산 선발진 사정은 조금 다르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라는 천군만마가 합류했지만 아직 100%의 몸상태가 아니며, 1차전 선발 곽빈은 허리 통증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토종 에이스 최원준 역시 막바지 순위싸움부터 이어진 빡빡한 일정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 지난해 KT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신데렐라로 거듭난 김민규도 있으나 아직은 상수보다 변수 쪽에 가까운 전력이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도 가을 사나이로 거듭난 파이어볼러 듀오 이영하, 홍건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영하는 포스트시즌 5경기 평균자책점 2.45(11이닝 3자책), 홍건희는 4경기 평균자책점 3.52(7⅔이닝 3자책)의 안정감을 뽐낸 터. 초반 승부가 관건인 단기전이기에 선발이 흔들릴 경우 이번 시리즈 역시 이들의 조기 투입이 예상된다.
고영표의 불펜행으로 선발투수 이후의 상황마저도 상당히 흥미로워진 이번 한국시리즈다. 국가대표 에이스와 150km 파이어볼러 듀오 중 어떤 투수가 진정한 가을 뒷문의 강자로 거듭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