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후 어깨동무, 맞은 타자도 미소…KS 빛낸 동업자 정신 '훈훈' [KS1]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1.14 20: 36

공에 맞은 타자가 통증을 잊고 미소를 지었다. 호투만큼 빛난 동업자 정신. KT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1)의 밝은 에너지가 한국시리즈 1차전을 훈훈하게 했다.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KS) 1차전. 기선 제압을 위해 양 팀 선수들의 신경이 모두 곤두선 그라운드에서 쿠에바스는 뭔가 달랐다. 경기를 정말 즐기는 모습이었다. 
3회 1사 2루. 김재호의 1루 내야 뜬공 때 쿠에바스는 3루 송구를 대비해 3루측 두산 덕아웃 근처로 뛰어가며 백업 플레이를 했다. 이때 덕아웃에서 나와 대기 타석으로 향하던 두산 타자 호세 미구엘 호세 페르난데스와 동선이 살짝 겹쳤다.

6회초 무사에서 두산 박건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KT 쿠에바스가 사과하고 있다. /sunday@osen.co.kr

쿠에바스는 페르난데스의 엉덩이를 한 번 툭 치고 마운드로 갔다. 상대팀이지만 서로 파이팅하는 의미에서 격려한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은 쿠에바스는 계속된 2사 2루에서 정수빈을 투수 앞 땅볼 처리하며 실점 없이 넘어갔다. 
6회초 무사에서 KT 쿠에바스가 두산 박건우에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jpnews@osen.co.kr
1-1 동점으로 맞선 6회에는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던진 4구째 145km 직구가 왼팔 위쪽을 맞혔다. 박건우가 타석에 엎드린 채 통증을 호소하자 쿠에바스 역시 마운드로 내려가 직접 상태를 살폈다. 
박건우가 통증을 딛고 일어서자 미안했던 쿠에바스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건우도 괜히 쿠에바스를 한 번 밀치며 장난을 쳤고, 쿠에바스는 어깨동무를 하며 다시 한 번 사과 의사를 전했다. 박건우는 언제 아팠냐는듯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1루로 걸어갔다. 기싸움이 팽팽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훈훈한 장면. 
경기 후 쿠에바스는 이 상황에 대해 "박건우와 친분이 있다. 고의가 아니었고, 공이 빠져 사구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상태의 심각성을 몰랐는데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한국말로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였다. 두 선수 모두 곧바로 냉정을 찾고 경기에 몰입했다. 무사 1루 김재환 타석. 쿠에바스가 3구째를 던지기에 앞서 박건우가 마운드를 가리키며 보크를 외쳤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나와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6회초 무사에서 두산 박건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KT 쿠에바스가 사과하고 있다.
김재환과 양석환을 연속 삼진 처리한 쿠에바스는 박건우가 2루 도루를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박세혁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6회 상황을 정리했다. 8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킨 쿠에바스는 7⅔이닝 7피안타 1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KT의 4-2 창단 첫 KS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와 매너 모두 챙긴 쿠에바스의 날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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