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MVP 출신 감독 최초 승리, 초보들과 달랐던 강철 매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1.15 10: 39

올 가을 두산에게 무너진 팀들의 공통점은 초보 감독들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과 류지현 LG 감독은 올해 부임 첫 해였고, 허삼영 삼성 감독은 2년차이지만 가을 야구는 처음이었다. 승부처라고 판단이 되면 과감하게 몰아붙이는 김태형 두산 감독과 달리 이들은 주저주저하다 흐름을 내줬다. 초보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시리즈(KS)에 선착한 이강철 KT 감독은 달랐다. 이강철 감독도 지난해 2위로 올라온 플레이오프에서 3위였던 두산에 1승3패로 ‘업셋’을 당한 아픔이 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를 돌아보면 말이 먼저 앞섰다. 이번에는 말을 아끼면서 상황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14일 열린 KS 1차전에서 KT의 4-2 선승을 이끈 이 감독은 딱 상황에 맞는 야구를 했다. 0-0으로 맞선 4회 무사 1,2루에서 5번 타순의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다. 호잉이 초구에 번트를 잘 대면서 1사 2,3루 찬스로 이어졌고, 장성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다. 

KT 이강철 감독이 식전행사를 하고 있다. 2021.11.14 /sunday@osen.co.kr

이 감독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4회까지 위기를 잘 막아줬다. 여기서 점수를 내지 않으면 흐름이 넘어갈 것 같았다. 경기 전 누구에게든 번트를 시킬 수 있다고 미리 말했다. 선취점이 나야 쿠에바스도 여유 있게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선취점을 지원받은 쿠에바스는 8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큰 경기에서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가 자주 나오지만 흐름을 탄 쿠에바스로 투구수 100개까지 밀어붙이며 불펜도 아꼈다. 
두산 김태형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이 훈련에 앞서 진행된 미디어 데이를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1.11.13 /jpnews@osen.co.kr
배정대의 홈런이 터지며 2-1 리드를 잡은 7회 1사 1,3루에서도 이 감독의 작전이 맞아떨어졌다. 1사 1,3루 찬스에서 황재균이 유격수 정면 땅볼을 쳤다. 6-4-3 병살타가 될 타구였지만 히트앤런 작전으로 1루 주자 송민섭이 이미 스타트를 끊었고, 2루에서 살았다. 타자 주자 황재균만 아웃되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 추가점을 냈다. 
이 장면에 대해서도 이 감독은 “가만히 두면 병살타를 칠 것 같아서 그랬다”며 웃은 뒤 “황재균이 작전 수행을 잘해줬다”고 칭찬하는 여유도 보여줬다. 
통산 152승에 빛나는 레전드 투수였던 이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대단히 풍부하다. 해태 시절 KS 우승을 5번 경험했다. 특히 1996년 현대와의 KS에서 3차전 완봉승 포함 5경기(2선발)에서 16이닝을 던지며 13탈삼진 1실점,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으로 위력을 떨치며 MVP를 받기도 했다. 
경기를 마치고 KT 이강철 감독이 배정대와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1.11.15
지난해까지 KS MVP 수상자는 모두 33명. 이 중 감독까지 오른 사람은 이 감독이 유일하다. 1987년 KS MVP 김준환이 1999년 쌍방울 감독대행 후 감독으로 승격됐으나 팀이 해체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 감독은 KS MVP 출신 감독 최초의 KS 승리까지 거두는 역사를 썼다. 이제 3승만 더하면 KS MVP 출신 최초의 우승 감독이 된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