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효자들이 만든 KT의 한국시리즈(KS) 창단 첫 승이었다.
KT는 지난 14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KS 1차전에서 4-2로 이기며 창단 첫 KS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7⅔이닝 7피안타 1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외야수 배정대가 7회 결승 홈런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두 선수 모두 승리 후 인터뷰에서 가족을 떠올렸다. 쿠에바스는 지난 8월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했고, 배정대는 모처럼 야구장을 찾은 부모님 앞에서 제대로 효도했다.

쿠에바스는 한국에 온 아버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아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런 비보에 큰 충격을 받은 쿠에바스는 체중이 5kg 빠지기도 했다. 구단에서 그의 부친을 위해 추모 공간을 만들며 위로했고, 쿠에바스도 마음을 추슬러 돌아왔다.

그 이후로 쿠에바스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정규리그 우승을 만든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 게임에선 이틀 쉬고 나서 7이닝 무실점 초인적 투구를 펼쳤다. 그 기세가 KS 1차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쿠에바스는 “지금도 아버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떠난 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뭔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며 “아버지가 KS에서 던지는 것을 보고 싶어 했다. 직접 KS를 보진 못해 아쉽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쿠에바스가 하늘의 아버지에 승리를 바쳤다면 배정대는 구장을 찾은 부모님 앞에서 자랑스런 아들이 됐다. 2회 내야 안타로 팀의 KS 첫 안타 주인공이 된 배정대는 1-1 동점으로 맞선 7회 좌월 솔로포로 결승 홈런까지 쳤다. 아들이 타석에 설 때마다 마음을 졸이는 어머니에게도 잊을 수 없는 한 방이었다.

배정대는 "프로에 온 뒤 어머니가 야구장에 오신 건 거의 처음이다. 제가 타석에 있으면 어머니가 눈을 감으신다고 한다. 경기를 제대로 못 보신다. 저도 어머니를 닮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며 웃은 뒤 "운 좋게 홈런을 쳤고, (관중석에 있는) 부모님을 가리켰다. 뭔가 효도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했다"고 웃었다.

지난 2014년 프로 입단 후 만년 유망주였던 배정대는 2018년 배병옥에서 지금 이름으로 개명했다. 어머니가 직접 손아섭(롯데)이 개명한 집을 찾아 새 이름을 받아왔다.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해부터 주전으로 거듭난 배정대는 부모님 앞에서 팀의 KS 창단 첫 안타, 홈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며 효도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