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아버지, 관중석의 어머니…자랑스런 효자들, 뭉클한 KS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1.15 15: 06

자랑스런 효자들이 만든 KT의 한국시리즈(KS) 창단 첫 승이었다. 
KT는 지난 14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KS 1차전에서 4-2로 이기며 창단 첫 KS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7⅔이닝 7피안타 1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외야수 배정대가 7회 결승 홈런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두 선수 모두 승리 후 인터뷰에서 가족을 떠올렸다. 쿠에바스는 지난 8월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했고, 배정대는 모처럼 야구장을 찾은 부모님 앞에서 제대로 효도했다. 

1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2021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다.8회초 2사 1루에서 KT 쿠에바스가 교체되며 더그아웃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쿠에바스는 한국에 온 아버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아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런 비보에 큰 충격을 받은 쿠에바스는 체중이 5kg 빠지기도 했다. 구단에서 그의 부친을 위해 추모 공간을 만들며 위로했고, 쿠에바스도 마음을 추슬러 돌아왔다. 
1회초 KT 선발 쿠에바스가 역투하고 있다. 2021.11.14 /ksl0919@osen.co.kr
그 이후로 쿠에바스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정규리그 우승을 만든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 게임에선 이틀 쉬고 나서 7이닝 무실점 초인적 투구를 펼쳤다. 그 기세가 KS 1차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쿠에바스는 “지금도 아버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떠난 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뭔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며 “아버지가 KS에서 던지는 것을 보고 싶어 했다. 직접 KS를 보진 못해 아쉽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쿠에바스가 하늘의 아버지에 승리를 바쳤다면 배정대는 구장을 찾은 부모님 앞에서 자랑스런 아들이 됐다. 2회 내야 안타로 팀의 KS 첫 안타 주인공이 된 배정대는 1-1 동점으로 맞선 7회 좌월 솔로포로 결승 홈런까지 쳤다. 아들이 타석에 설 때마다 마음을 졸이는 어머니에게도 잊을 수 없는 한 방이었다. 
1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2021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다.7회말 KT 선두타자 배정대가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2021.11.14 /ksl0919@osen.co.kr
배정대는 "프로에 온 뒤 어머니가 야구장에 오신 건 거의 처음이다. 제가 타석에 있으면 어머니가 눈을 감으신다고 한다. 경기를 제대로 못 보신다. 저도 어머니를 닮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며 웃은 뒤 "운 좋게 홈런을 쳤고, (관중석에 있는) 부모님을 가리켰다. 뭔가 효도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했다"고 웃었다. 
7회말 무사에서 KT 배정대가 좌월 솔로포를 날리고 포효하고 있다. 2021.11.14
지난 2014년 프로 입단 후 만년 유망주였던 배정대는 2018년 배병옥에서 지금 이름으로 개명했다. 어머니가 직접 손아섭(롯데)이 개명한 집을 찾아 새 이름을 받아왔다.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해부터 주전으로 거듭난 배정대는 부모님 앞에서 팀의 KS 창단 첫 안타, 홈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며 효도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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