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연습 많이 하라고 했어요.”
이강철 KT 감독은 내야수 황재균(34)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황재균은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2번 타순에 선발출장했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첫 타석 2루 내야 뜬공 이후 3연속 땅볼 아웃.
앞서 10월 한 달간 25경기에서 황재균은 타율 2할2푼1리 무홈런 OPS .566으로 부진했다. 이런 흐름이 KS 1차전까지 이어지며 타순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강철 감독은 조금도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감독은 “번트 연습 많이 하라고 했다”며 농담을 던진 뒤 “타순을 바꿔서 잘 되면 좋은데 안 되면 선수가 다친다”면서 “하나 쳐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믿음을 보였다.
그 믿음에 황재균이 보답했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2차전에도 2번타자로 나온 황재균은 1회 첫 타석에서 기다렸던 홈런 한 방을 터뜨렸다.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바깥쪽으로 향하는 133km 슬라이더를 통타,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겼다. 비거리 115m, 선제 솔로 홈런. 황재균의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25경기, 98타석 만에 터진 첫 홈런이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도 중앙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뜬공 타구를 좋은 타격감을 보인 황재균. 2-0으로 앞선 5회 무사 1,2루에선 보내기 번트로 추가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전 이 감독 주문대로 보내기 번트를 잘 대 1사 2,3루 찬스를 연결했다. 계속된 공격에서 KT는 4득점을 추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3루 수비에서도 황재균은 까다로운 바운드 타구를 침착하게 잘 처리하며 핫코너를 든든히 지켰다. 6회 2사 2루에선 박건우의 빗맞은 타구에 빠르게 대시, 러닝 스로로 아웃을 잡아내는 경쾌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수에서 이 감독 믿음에 100% 부응한 황재균의 활약에 힘입어 KT도 KS 2연승에 성공, 창단 첫 통합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