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대기한 고영표가 6점차 리드 상황에 나왔다. 승부처에 쓰기 위해 준비한 카드였지만 이미 상황이 다 정리된 뒤였다. ‘두산 킬러’ 소형준(20)이 KT의 한국시리즈 첫 토종 선발승의 주인공이 됐다.
소형준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두산을 맞아 6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KT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1~2차전 모두 잡은 KT는 KS 우승 확률을 89.5%로 높였다.
1차전에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팀의 창단 첫 KS 승리투수가 된 가운데 2차전 소형준이 토종 첫 승으로 팀의 역사를 썼다. 20세 어린 투수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1~3회 연속 병살타를 유도하는 등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2년차 소형준은 24경기에서 7승7패 평균자책점 4.16으로 준수한 기록을 올렸으나 신인왕을 차지한 지난해보다 저조했다. 선발 5명 중 시즌 성적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에 3~4차전으로 밀리거나 불펜으로 보직을 옮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KS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형준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플레이오프 기간 이 감독은 “두산이 올라오면 소형준을 앞에 쓸 수 있다. 두산전에 워낙 좋다”며 2차전 선발 가능성을 암시했다. 소형준은 두산 상대 2시즌 통산 9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1.93으로 절대 강세였고, 두산이 KS에 올라오면서 2차전 소형준 카드도 현실화됐다.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소형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1회 연속 볼넷으로 시작하며 무사 1,2루에 몰렸지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투심 패스트볼로 2루 땅볼 유도하며 4-6-3 병살타로 연결했다.
2회에도 1사 1루에서 김인태를 초구 투심으로 1루 땅볼을 이끌어냈다. 3-6-1 병살타로 이닝 종료. 3회 역시 1사 1루에서 강승호에게 다시 투심을 던져 3루 땅볼을 유도했다. 5-4-3 병살타로 3이닝 연속 더블 아웃으로 끝났다.
4회에도 2사 1,2루에서 박세혁을 투수 땅볼로 직접 아웃 잡고 위기를 넘긴 소형준은 5회 이날 경기 첫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6회 1사 후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김재환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박건우를 3루 땅볼 처리하며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 91개. 최고 146km 투심(47개) 체인지업(16개) 터커(13개) 포심(11개) 커브(4개) 순으로 섞어 던졌다.

KT 타선이 5회 5득점을 몰아치며 6-0 리드를 잡았고, 고영표는 7회 6점차 리드 상황에서 나왔다. 승부처에 쓰기 위해 준비한 카드였지만 이미 소형준이 모든 상황을 정리한 뒤였다. 20세 두산 킬러 위엄이 KS 큰 무대에서도 재확인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