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박병호(35)는 통산 5차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는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뒤 2019년에도 홈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박병호는 FA 자격을 얻게 된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그는 2018년 KBO리그로 유턴, 올해까지 네 시즌을 뛰고서 FA 자격 대상이 된다.
만 35세에 첫 FA다. 룰이 개정돼 만 35세 이상의 신규 FA는 타 구단 이적 시 원소속 구단은 보상 선수를 받지 못하고 보상금(연봉 150%)만 받을 수 있다.

박병호는 올해 연봉이 15억원이었다. FA 이적 시 보상금은 22억 5000만원이다. 보상 선수 없이 보상금만 있는 조건이라 타 구단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보상금 액수가 만만찮은 것은 아니지만.
박병호가 FA 시장에 나온다면, 만 36세 이후로 어느 정도 장타력과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평가 받는지에 그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박병호는 복귀 첫 해는 3할5푼에 가까운 고타율과 43홈런, OPS가 무려 1.175를 기록하며 전성기 기량을 보여줬다. 2019년에는 33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고 OPS(.959)는 리그 2위였다.
그러나 2020시즌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들었고 에이징커브와 맞물렸다. 지난해 타율 2할2푼대로 정확도가 뚝 떨어졌고, 홈런 숫자도 21개로 줄었다.
올해는 더 내리막이었다. 타율(.227)에서 반등은 없었고, 장타력은 더욱 떨어졌다. OPS .753은 리그 36위의 평범한 수준이 됐다. KIA 김선빈(.776), 삼성 박해민(.760)보다 낮은 수치다. 올해 박병호의 장타율과 OPS는 2011년 LG에서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 박병호의 최근 4시즌 성적(4년간 연봉 총액 65억)
2018년 연봉 15억 타율 .345 43홈런 OPS 1.175
2019년 연봉 15억 타율 .280 33홈런 OPS .958
2020년 연봉 20억 타율 .223 21홈런 OPS .802
2021년 연봉 15억 타율 .227 20홈런 OPS .753

홈런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호에게 에이징커브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박병호는 이에 맞서려고 노력했다. 지난 8월에는 14경기 타율 1할5푼4리(39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박병호는 타격폼의 변화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어지는 것은 배트 스피드의 문제였다. 과거와는 달리 운동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간결한 타격폼으로 수정했다. 타격 준비 때 테이크백을 짧게 하는 등 간결한 스윙으로 타격 폼을 바꿨다.
9월 22경기 타율 2할5푼3리(75타수 19안타) 5홈런 14타점, 10월 22경기 타율 2할3푼7리(76타수 18안타) 3홈런 16타점으로 조금은 나아졌지만, 박병호의 이름값에는 부족하다.
파워와 몰아치기 능력은 박병호의 장점이다. 거포 1루수가 이대로 무기력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2년의 성적은 실망이지만,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과연 FA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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