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FA 시장에는 외야수 못지않게 포수 자원이 풍족하다. 삼성 강민호(36), 한화 최재훈(32), KT 장성우(31)가 나란히 FA 자격을 얻는다. 주전 포수 3명이 한꺼번에 시장에 등장하게 됨에 따라 비교 평가는 피할 수 없다.
이미 두 번의 FA를 한 강민호는 3번째 FA 자격에 따라 C등급으로 분류된다.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건재한 중장거리 타격과 이적시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최재훈은 공수 밸런스가 가장 뛰어난 포수로 꼽힌다. 올해 2번타자로 자리잡아 포수 중 최고 수준의 선구안과 생산력을 뽐냈다.
강민호나 최재훈에 비해 장성우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주전 포수였지만 개인 성적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127경기 타율 2할3푼1리 89안타 14홈런 63타점 60볼넷 OPS .711로 기록이 나쁘지 않았지만 장타력을 앞세운 강민호, 출루율이 빛나는 최재훈처럼 특장점이 없었다.

수비 지표인 도루 저지율(.202)도 최재훈(.284), 강민호(.220)보다 낮다. 실책도 7개로 포수 중 강민호, 이재원(SSG)과 함께 리그 최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장성우는 FA 포수 중 저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생애 첫 한국시리즈(KS) 무대에서 장성우의 숨은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KS 1~2차전에서 KT는 두산 타선을 각각 2득점, 1득점으로 봉쇄했다. 투수들이 잘 던지고, 수비가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지만 장성우의 리드 능력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장성우에 대해 “3년째 같이 하고 있지만 그만한 포수가 없다. 다른 팀 감독님들도 인정한다. 볼 배합을 잘하는 유능한 포수”라면서 2차전 4회 2사 2루 양석환 타석 때 볼카운트 3-0이 됐을 때 아예 빠져앉아 볼넷으로 내보낸 장면을 예로 들었다.
이 감독은 “나도 볼을 뺏으면 싶었는데 장성우가 알아서 빠져앉더라. (다음 타자) 박건우가 잘 맞지 않은 것을 감안한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잘 통했다. 투수들도 잘 던지고 있지만 장성우 리드가 좋다”고 거듭 칭찬했다.
KT 전력분석팀도 장성우에 대해 “투수들을 잘 이끈다. 투수의 구종, 회전수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블로킹도 우수하다. 투수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포수”라고 설명했다. 숫자로 잘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팀 내부 평가가 높다.
타격에서도 장성우는 1차전 4회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만든 데 이어 2차전 5회 쐐기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찬스에서 집중력을 보여줬다. 시즌 때도 팀 내 결승타 2위(10개)로 순도가 높았다. KT가 KS 2승을 추가하면 장성우는 ‘우승 포수’ 타이틀을 안고 FA가 된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