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며칠 뒤 베테랑 이성우(40)의 은퇴를 알렸다. 예정된 이별. 프로 22년차 포수는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이성우는 2000년 LG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두터운 선수층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방출됐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05년 SK(현 SSG)에 또 육성 선수 신분으로 입단했다.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웠다.
2006년 1군에 6일간 등록됐으나 출장 기회는 오지 않았다. 벤치에만 있다가 다시 2군행, 2008년 KIA로 트레이드됐고, 그 해 만27세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전 이후 1군에 110일이나 머물렀다.

KIA에서 9시즌을 뛰고 2017년 다시 SK로 이적했고, 2018시즌이 끝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하나 했으나, LG에서 손을 내밀어 올 시즌까지 뛰었다.
1군에 100일 이상 등록된 시즌이 7번, 만 36세 이후로 4차례였다. 100타석 이상 기록한 시즌은 4번 뿐이었다. 백업 포수로서 프로 통산 62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2푼2리(821타수 182안타) 7홈런 75타점 62득점을 기록했다.
이성우는 2020시즌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터뜨렸고, 첫 결승 홈런도 때렸다. 2019년까지 통산 홈런이 단 4개였던 그는 2020시즌에만 홈런 3개를 쏘아올렸다.
이성우는 은퇴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묻자 “공격적인 부분이 약해서 잘 했더라면 하는…그랬다면 주전을 한 번 해보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선수들이, 백업을 하고 싶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많이 아쉽다. (타격에서) 새로운 방법, 연구를 해보고 시도해봤으면 좋았을건대, 박용택 해설위원을 좀 더 일찍 만났어야 했다”고 껄껄 웃었다.
지난해 LG에서 박용택과 함께 뛰면서 타격에 관한 조언을 들었고, 그 결과 홈런 등 타격 지표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성우는 LG 투수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는 “LG에서 3년 동안 뛰면서 투수들의 장점을 조금 더 못 살려준 거 같아, 포수 선배로서 많이 아쉽다”며 “선발 보다는 불펜, 불펜도 필승조 보다는 추격조 투수들과 많이 출장했다”며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거나, 점수 차가 클 때 주로 나갔다. 투수가 자리를 잡게끔 하는게 포수 역할이다. 추격조 투수들은 점수차가 크든 작든 잘 던져야 필승조나 선발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못 도와줘 투수들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다.
백업 포수라 주로 크게 질 때(혹은 크게 이길 때) 경기 후반 출장했고, 추격조 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뤘다. 그는 포수는 책임감이 많이 따르는 자리, 투수를 살려야 하는 자리라면서 자신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성우는 마지막까지 후배 포수들을 챙겼다. 그는 “우리 강남이와 재성이, 재욱이 등 백업 포수들의 좋은 기사 부탁합니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후배 포수들과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조언도 했다. 그는 “나는 떠나지만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자리를 차지하고 못하고가 결정될 것이다. (시즌이 끝난) 다음날부터 바로 경쟁이 시작이다”고 애정 어린 말을 건넸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이성우는 “솔직히 올해 1군 출장 욕심은 없다. 1경기도 안 뛰어도 된다. 강남이를 받쳐줄 2번째 포수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체된 유강남의 각성과 백업 포수들의 성장도 LG의 과제다. /orang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