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셀프 삭감’ FA 2루수, 트레이드 ‘악몽’으로 대박 꿈 멀어지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11.18 03: 11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연봉 셀프 삭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LG 서건창(31)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로 좋지 않은 상황으로 FA 자격을 얻을 처지가 됐다. 키움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 서건창은 올해 연봉을 대폭 자진 삭감하면서 FA 등급과 보상금을 낮췄다.
그러나 시즌 도중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되면서 FA 등급과 보상금에서 불리한 처지가 됐다. 게다가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FA 주가를 올리려 했으나, 커리어 로우 성적으로 이마저도 최악의 상황이다.

LG 트윈스 내야수 서건창. /OSEN DB

지난 1월 서건창은 키움 구단과 연봉 협상에서 지난해 연봉 3억5000만원에서 무려 1억2500만원이 삭감된 2억2500만원을 올해 연봉으로 받기로 했다.
당초 키움 구단의 고과 평과에 따라 서건창은 3000만원 삭감 대상이었다. 그런데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서건창은 1억 가까이 추가로 삭감해도 좋다고 제안했다. 결국 선수 뜻이 반영돼 구단안에서 9500만원이 추가 삭감된 2억2500만원에 연봉 계약을 했다. 
서건창이 연봉을 대폭 삭감한 것은 FA등급제로 B등급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보상금이 낮아져 타 구단 이적이 용이하다.
그런데 지난 7월 올림픽 휴식기 때 키움과 LG는 정찬헌과 서건창을 교환하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LG에서 서건창의 몸값 순위가 높아져 B등급이 아닌 A등급이 유력해졌다.
달라진 FA 제도에서 B등급 선수의 보상은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연봉 100%, 또는 연봉 200%다. 반면 A등급 선수의 보상은 기존 FA 보상 조건(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연봉 200%, 또는 연봉 300%)이 적용된다. 큰 차이가 있다. 서건창이 FA 이적을 한다면, 보호선수 인원도 차이가 나고, 보상금도 2배나 많다.
서건창은 올 시즌 144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3리 6홈런 52타점 78득점 출루율 .350, OPS .693에 그쳤다. 타율은 데뷔 후 최저 기록이다. 전반기 키움에서 뛸 때보다 후반기 LG 이적 후 68경기에서 타율 2할4푼7리 2홈런 24타점 출루율 .323, OPS .655로 더 안 좋았다.
LG 서건창은 올 시즌 2루수로 1038⅓이닝을 출장했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수비 1000이닝을 기록했다. /OSEN DB
서건창은 키움과 LG에서 2루수로 1038⅓이닝을 출장했다. 2017년 이후로 4년 만에 수비 1000이닝을 넘어섰다. 지난 2년간은 500이닝 이하였다. 2루수로 풀타임을 뛰면서 체력적인 문제가 타격 부진에 어느 정도 관련됐다고 볼 수 있다. 수비 범위도 좁아 아쉬웠다. 지난 2년간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했던 서건창은 올 시즌 2루수로서 가치를 어필하려 했는데, 오히려 단점이 더 부각됐다.
LG에서 서건창은 김현수와 함께 FA가 된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 10월말 팬들과 소통 방송에서 '팀내 FA는 재계약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뜻을 보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내부 FA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계약해야 하지 않나. 100%는 아니지만 항상 마음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한 김현수는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이지만, 서건창은 보여준 성과가 미흡해 무조건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 선수가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차명석 단장은 선수측의 조건에 따라 구단 방침이 달라진다고 했다.
최근 LG의 팀내 FA 계약을 살펴 보면 지난 겨울 재활 과정인 차우찬과 2년 20억원(보장 6억, 인센티브 14억) 계약을 했다. 성적을 장담할 수 없어 인센티브 비율이 매우 높았다. 2020시즌에는 송은범과 2년 10억원(인센티브 포함), 진해수와 2+1년 14억원(인센티브 포함)에 계약했다. 특급 선수가 아니라면 계약에 인색했다. 서건창의 FA 대박은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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