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학주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팀 사정상 이학주의 활용 가치가 낮아진 만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게 최선책. 타 구단과 트레이드를 논의 중인 건 아니지만 카드가 맞다면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현재로선 롯데가 가장 이상적인 행선지로 꼽힌다. 롯데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로 거포형이 아닌 수비형에 가까운 딕슨 마차도를 활용했다.
지난해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마차도는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486타수 136안타) 12홈런 67타점 79득점 15도루를 기록했다.

마차도의 가치는 공격보다 수비다. 넓은 수비 범위,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 부드러운 글러브 핸들링, 수비 위치 선정 등 유격수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마차도와 1+1년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이 연장 계약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2년 연속 1000이닝을 소화할 만큼 수비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공격 수치는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134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9리(466타수 130안타) 5홈런 58타점 83득점 8도루를 기록했다.
현재 팀내에서 마차도 만큼 뛰어난 유격수는 없지만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 외국인 타자를 유격수로 활용할 수 없다.
이대호, 전준우 등 공격의 핵심을 차지한 선수들의 연령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공격력을 채울 다른 유형의 외국인 타자도 고민해야 한다. 롯데가 이학주를 영입한다면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학주는 잘 알려진 대로 성적 부진과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더 이상 삼성과 함께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학주가 선수로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3~4년 정도 충분히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
이학주가 럭비공 같은 이미지를 가졌지만 롯데에는 성민규 단장과 래리 서튼 감독이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생활을 오래 했던 이학주는 한국 정서와 다소 차이가 있다.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단장은 이학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NBA 최고의 악동으로 불렸던 데니스 로드맨을 잘 다뤘던 필 잭슨 전 시카고 불스 감독처럼 이학주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선수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선수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외국인 사령탑의 특성상 서튼 감독과의 궁합도 괜찮을 것 같다.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이학주의 행선지로 롯데가 가장 적합하다. 롯데가 삼성에 어떤 카드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트레이드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