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한 KT 신인 외야수 김건형(25)이 휴가를 맞아 고척스카이돔을 직접 찾았다.
김건형은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3차전을 직접 찾았다. 공교롭게도 9박 10일의 신병위로휴가와 한국시리즈 일정이 맞았고, 당초 1차전 직관을 계획했으나 티켓팅에 실패하며 KT 구단의 도움을 받아 3차전을 방문하게 됐다.
고척돔에서 만난 김건형은 “팀이 잘하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군에서도 저녁에 항상 TV로 KT 야구를 봤는데 신기했다. 내가 뛰던 팀이 1위를 하니까 자부심이 생기고 나도 빨리 뛰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건형은 이날 경기 전 1루 라커룸을 방문해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과 짧은 인사를 나눴다. 응원의 기를 팍팍 불어넣는 시간이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짧게 인사를 드렸는데 다들 엄청 놀라셨다. 벌써 제대했냐고 말한 선배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기태 전 감독(현 일본 요미우리 1군 타격코치)의 아들인 김건형은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대학까지 미국에서 나온 그는 지난해 9월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KBO리그 문을 두드렸고, KT 2차 8라운드 75순위로 프로행의 꿈을 이뤘다.
김건형은 예상을 깨고 KT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남다른 열정과 패기를 선보였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태도를 앞세워 이강철 감독과 동료들의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6월 24일 마침내 1군 무대에 등장해 데뷔전 멀티히트를 포함 11경기 타율 2할1푼2리를 기록했다.

7월 9일 KIA전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김건형은 곧바로 현역 입대 영장을 받았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때부터 이미 입대를 염두에 뒀고, 개막 후에도 빠른 입대가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지만 그래도 입대일이 이렇게 빠르게 결정될 줄은 몰랐다. 김건형은 그렇게 지난 8월 31일 충북 증평에 위치한 37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김건형은 “3개월도 안 돼 벌써 일병이 됐다”고 웃으며 “입대 후 전반기를 되돌아봤는데 너무 값진 경험이었고 좋은 시간이었다. 다만 좀 더 차분하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짧지만 강렬했던 KBO리그 11경기를 떠올렸다.
오는 2023년 2월 전역 예정인 김건형은 군에서도 운동을 놓지 않고 있다. 현역병으로 입대했기에 야구선수의 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1차 목표다. 그는 “복무 중에도 운동을 놓지 않고 있다”며 “몸을 유지하다가 전역 때쯤 페이스를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한다. 또 팁 합류 이후에도 최대한 빠르게 정상 페이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모처럼 사회에 나온 만큼 정든 KT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건형은 “올 시즌 팬들도 같이 해서 이렇게 KT가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며 “팬들 응원을 보니까 소름이 돋는다. 나도 이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건형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KT는 17일 3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단숨에 시리즈 3승 고지를 점령했다. 이제 감격의 첫 통합우승까지 남은 승수는 단 1승. 역대 한국시리즈서 3승 무패를 거둔 팀의 우승 확률은 100%다.
김건형은 “내게 좋은 기가 있다면 더 응원해서 KT를 잘 되게 하고 싶다”며 “20일이 휴가 복귀라 4차전도 직관할 생각을 갖고 있다. 아직 확실치 않지만 티켓이 구해지면 오겠다”고 KT의 통합우승을 기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