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자→투수, 日 타자, 韓 세이브왕→외야수…파란만장 도전은 계속된다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1.11.19 11: 12

SSG 랜더스 하재훈(31)이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다. 일단 구단은 하재훈이 야수로 그라운드에서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SSG는 지난 17일 “하재훈이 야수로 전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야수에서 투수로, 다시 야수로 출발한다. 파란만장한 인생이다.
용마고 시절 외야수로 뛰던 하재훈은 2008년 미국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을 인정받아 트리플A까지 올라갔다. 2013년이었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SSG 랜더스 하재훈. / SSG 제공

하지만 2014년 말 부상으로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했고, 투수 전향 고민이 시작됐다. 컵스 구단은 하재훈에게 투수를 권했다. 하지만 결국 빅리거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에서 다시 타자로 도전했고,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기도 했다. 2018년 9월에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SSG 랜더스 전신인 SK 지명을 받았다. 지명 당시 SK는 하재훈을 '타자'가 아닌 ‘투수’로 선택했다. 타자 보다는 150km의 강속구를 더 높게 봤다. 
2019시즌 입단 첫 해, 하재훈은 61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3홀드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의 성적을 거뒀다. 그해 KBO리그 세이브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투수 전향 성공을 알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하재훈은 2020시즌 도중 어깨 통증을 겪으면서 투구에 대한 부담감이 지속됐다. 지난해와 올해, 하재훈이 마운드에 선 모습을 오래 보지 못했다. 결국 그는 구단과 상의를 통해 다시 타자 전향을 결정했다.
하재훈은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다. 2019년 이후 심적으로 많이 힘든 기간이었다. 올 시즌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에 김원형 감독님께 야수 전향에 대해 먼저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 올 시즌까지 재활 경과를 지켜보고 다시 결정하자고 하셨으나, 저번주 메디컬 테스트 결과 부상 부위가 여전히 좋지 않아 구단과 상의 끝에 야수 전향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단은 하재훈이 타자로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수준급의 파워와 컨택 능력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에서도 장점이 있어 우타 외야수 자원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재훈은 “개인적으로 20홈런-20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외야수가 되어 내년에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타격에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일단 러닝과 멀리뛰기 등 기초 테스트에서 하재훈은 28m(1베이스 기준) 3.6초를 기록했다. 55m(2베이스 기준)는 6.9초, T run(민첩성 테스트)는 9.2초를 찍었다. 구단은 “기록들 모두 야수기준 상위권 기록이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꿈을 접고 일본 독립리그, 프로 무대를 거쳐 KBO 무대로 왔다. 세이브왕까지 됐지만 반짝하고 지는 듯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다시 방망이를 잡는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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