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투혼’ 박경수, 18년 기다림 마침내 결실…우승 내야수 ‘우뚝’ [KT 우승]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11.18 22: 18

KT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가 18년의 기다림 끝 마침내 통합우승 내야수로 우뚝 섰다.
아마추어 시절 성남고 거포로 불린 박경수는 2003년 LG 1차 지명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그러나 10년이 넘게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며 장점이 뚜렷하게 없는 내야수로 전락했다. LG 시절 타율은 늘 2할대 중반 아래였고, 거포라는 명성과 다르게 두 자릿수 홈런을 한 번도 때려내지 못했다.
그런 박경수에게 야구 인생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5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8억 2천만원에 막내 구단 KT로 이적하며 비로소 커리어의 꽃을 피운 것. 첫해부터 22홈런으로 성남고 거포의 귀환을 알린 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다. 2016년 데뷔 첫 3할 타율(3할1푼3리), 2018년 25홈런 등 타격감이 절정에 달했다.

부상을 당한 KT 박경수가 더그아웃에서 동료선수들과 함꼐 하고 있다. 2021.11.18 /jpnews@osen.co.kr

박경수는 팀 KT의 살아 있는 역사다. 실력은 물론이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신생팀의 1군 정착에 큰 힘을 보탰다. 과거 김진욱 제2대 감독은 “박경수만큼 리더십과 인성이 좋은 선수는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힘입어 2020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26억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21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렸다.8회말 1사 1루 두산 안재석의 우익수 앞 땅볼때 박경수 2루수가 포구 과정서 부상을 당한뒤 엠뷸런스에 실리고 있다.  2021.11.17/ soul1014@osen.co.kr
박경수는 올 시즌 118경기 타율 1할9푼2리 9홈런에 그치며 KT 입단 후 가장 우울한 한해를 보냈다. 유독 부상이 잦은 시즌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선선해지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팀의 첫 우승이라는 일념 아래 살신성인의 자세로 매 경기 정신적 지주다운 면모를 뽐냈다.
박경수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치고, 3차전에서 결승 솔로홈런을 때려내는 등 맹활약했다. 하지만 신은 더 이상 그에게 한국시리즈를 허락하지 않았다. 3차전 3-0으로 앞선 8회 무사 1루서 애매한 뜬공 타구를 쫓아가다가 이를 잡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종아리 근육을 다친 것. 검진 결과 종아리 근육 파열로 6주 진단을 받았다.
박경수는 보행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날 4차전에 목발을 짚고 고척돔에 출근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 앉아 후배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18년의 기다림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정규시즌 챔피언 KT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두산을 상대로 4승 무패를 거두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해낸 것. 박경수는 비록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순 없었지만 더그아웃에서 힘을 보태며 감격의 첫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다. 박경수의 반전 드라마였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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