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목발 세리머니' 뒷이야기, 최고령 KS MVP는 자신이 주인공인지 몰랐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11.19 05: 06

팀 KT 위즈의 창단 첫 통합우승. 감격의 우승 세리머니 주인공은 목발을 짚은 마법사 군단의 살아있는 역사 박경수였다.
KT 위즈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4차전에서 8-4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챔피언 KT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두산에 시리즈 4승 무패를 거두며 감격의 첫 통합우승을 해냈다. 2015년 1군 진입 후 7년만에 해낸 쾌거였다.

경기를 마치고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박경수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1.11.18/ soul1014@osen.co.kr

KT의 상징인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시리즈 성적은 3경기 타율 2할5푼 1홈런에 그쳤지만 3차전 결승홈런을 비롯해 몸을 아끼지 않는 호수비로 첫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박경수는 전날 수비 도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에도 이날 목발과 함께 경기장에 출근해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마지막 우승 세리머니 때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로 천천히 걸어 나오며 감동을 더했다.
박경수는 “깜짝 놀랐다. 기다려줄지 몰랐다”며 “다리가 좋지 않은 상태라 최대한 천천히 세리머니를 끝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유)한준이 형과 포옹을 한 뒤 주변에서 누군가가 기다린다고 빨리 나가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그라운드를 봤는데 다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엄청 뭉클하고 감동받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경기를 마치고 KT 선수단이 목발짚고 입장하는 박경수를 맞이하고 있다  2021.11.18/ soul1014@osen.co.kr
꿈에 그리던 우승을 실제로 한 기분은 어떨까. 박경수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행복한 걸 넘어서 오늘이 안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 기분을 그대로 만끽하고 싶다”고 감격했다.
그야말로 감격의 우승 스토리다. 2003년 LG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해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2015년 KT 이적과 함께 뒤늦게 꽃을 피웠고, 지난해 데뷔 첫 포스트시즌에 이어 올해 통합우승 및 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박경수는 “MVP는 여기 계신 분들(취재진)이 표를 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내가 잘해서 받았다기보다 날 주시면 스토리가 있어서 주신 것 같다. 인터뷰용이 아니라 이 상은 내가 잘해서 받았다기보다 팀 KT가 받은 것이다. 내가 아닌 팀 KT가 MVP”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우승 원동력 역시 팀 KT였다. 박경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장점의 모든 게 나왔다. 그 동안 투수들과 달리 야수들이 좋지 않았는데 선취점을 내고 추가 득점 과정 내용이 좋았다. 그러면서 사기가 다 같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MVP 상금 1천만원의 사용처도 대략적으로 공개했다. 박경수는 “좋은 일을 할 것이다. 어차피 기분 좋게 받은 큰돈이다. 후배들 밥도 사주는 등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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