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7)가 마침내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두산 베어스와 4차전에서 8-4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4전승으로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박경수는 그 어느 때보다 감격한 듯했다. 우승을 확정한 4차전에서는 3차전 부상 여파로 뛰지 못했다. 하지만 그간 팀 승리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2차전 ‘슈퍼 캐치’, 3차전 결승 홈런 주인공이 박경수다.

3차전 수비 도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4차전을 덕아웃에서 지켜봐야했다. 그리곤 팀의 창단 후 첫 통합 우승 확정 후 기자단 MVP 투표 90표 중 67표(득표율 74.4%)를 받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한 뒤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울컥하기도 했지만,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인터뷰실에 들어오면서 “감사합니다. 저 오늘 얘기 많이 해도 되겠죠?”라고 큰 목소리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또 그는 우승 트로피를 보여주며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박경수가 이만큼 기뻐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데뷔 19년차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적지 않은 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2003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 2015년 KT의 창단 멤버로 새출발을 했는데 우승 트로피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막내 팀을 이끌며 계속 하위권에서 멤돌았다. 그리고 1984년생 박경수는 점차 나이가 들었다.
사실 리그에서 한국시리즈 경쟁 자체만으로도 선수가 그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는 않다.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이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도 허다하다. 그런 무대에서 MVP,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오죽할까.

박경수는 이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행복한 걸 넘어서 오늘이 안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 기분을 계속 만끽하고 싶다”고 했다.
KT는 창단 후 만년 하위권에서 2019년 6위를 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하지만 대부분 KT가 올해 우승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게다가 MVP가 됐다. 박경수는 “나이에 상관없이 최고의 상이다. 최고로 큰 무대에서 MVP가 됐다. 정말 너무 행복하고 감사드린다. 이런 상은 처음이다”고 감사한 마음을 재차 전했다.
그는 “후회없이 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했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MVP. 그의 오랜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런 순간을 응원했던 인물이 가족 외에 또 있었다. 박경수는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실을 빠져나가기 직전, 발걸음을 멈추고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며 입을 다시 열었다.
박경수는 “우규민이 그러더라. 한국시리즈가 영어로 KS인데, 박경수 시리즈로 해석이 된다”고 했다. KS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 (경수, KS)이다. 이어 그는 “규민이가 ‘이번 시리즈는 너의 시리즈다’라며 메시지를 보내줬다”라며 삼성 라이온즈 투수 우규민의 응원을 받은 뒷이야기도 털어놓은 뒤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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