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조기 은퇴→33세 메인 타격코치, ML 일타강사도 믿고 떠났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1.19 14: 40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조니 워싱턴(37) 타격코치는 원래 내년 시즌까지 한화와 함께하기로 했다. 시카고 컵스가 뿌리치기 힘든 제안을 하면서 고심 끝에 팀을 떠나게 돼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올 한 해 타격 보조코치로 함께한 김남형(33) 코치의 존재가 떠나는 워싱턴 코치의 발걸음을 그나마 가볍게 해줬다. 
워싱턴 코치는 “김남형 코치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내 가슴 한켠에 영원히 남아있을 형제 같은 사이였다”며 “코치로서 능력이 뛰어나다. 1년간 내가 옆에서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언어장벽이 있었지만 김남형 코치가 선수들에게 한국적으로 전달한 부분이 컸다. 그가 없었다면 팀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내년 시즌 메인 타격코치로 김남형 코치를 낙점했다. 만 33세 젊은 나이에 파격적인 발탁이다. 김강 KT 메인 타격코치와 함께 리그 최연소 코치인 김남형 코치는 경험이 풍부하진 않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올해 워싱턴 코치와 함께하며 만든 타격 시스템과 기조,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적임자로 김 코치를 신뢰한다. 

조니 워싱턴 코치와 김남형 코치 /한화 이글스 제공

김 코치는 “책임감이 강하게 든다. 워싱턴 코치님과 1년 동안 지내면서 내년 계획을 미리 얘기한 것들이 많다. 원래는 워싱턴 코치님과 2년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형제 같은 사이가 된 워싱턴 코치님이 떠나 슬프고 아쉽지만 계획한 부분을 잘 이행하면 선수들의 방향성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방향성에 대해 김 코치는 “데이터 자료를 참고로 선수들마다 자신만의 존을 설정하고, 그 존에 들어오는 공을 강하게 치는 것이다. 올해는 그런 부분을 정립하는 시기였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사실 전체적인 숫자 지표로 보면 타격 성적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리빌딩 시즌이었고, 어린 선수들도 강한 스윙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아직 우리 타선이 1번부터 9번까지 딱 짜여져있는 느낌은 없다. 그런 부분이 강화되면 내년에 우리도 쉬운 타선이 아닐 것이다”고 자신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시절 김남형 /OSEN DB
김 코치는 선수 시절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일찍 은퇴했다. 인천고 시절 촉망받는 유격수로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였던 그는 2007년 2차 3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현대에 입단했다. 그러나 2008년 우리 히어로즈를 거쳐 2012년 넥센을 끝으로 1군에서 3시즌 통산 32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성적은 28타수 6안타 타율 2할1푼4리 3타점 2도루. 
강정호, 황재균, 김민성, 서건창 등 히어로즈 젊은 내야진이 워낙 탄탄해 기회가 많지 않았다. 외야수 변신도 시도했지만 크고 작은 부상으로 끝내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채 2014년 만 26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은퇴 후 2015년부터 3년간 NC의 전력분석원으로 일했고, 성실함과 연구하는 자세를 인정받아 2018년 한화 퓨처스 팀 수비코치로 부임했다. 만 30세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 코치는 “선수 시절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고, 성공도 하지 못했다. 멘탈적으로 실패하면서 실력과 부상으로 연결됐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자기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마음껏 할 수 있게 서포트하고 싶다”며 “코치로서 어린 나이지만 우리 선수들도 그만큼 젊다.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이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서로 신뢰 관계가 있어야 한다. 진부한 얘기이지만 소통이다. 일방적인 소통으로는 기술이 전달될 수 없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 고민하고 헤쳐나가는 사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형 타격코치 /한화 이글스 제공
현역 선수 시절 빅리거가 되지 못한 수베로 감독도 만 29세에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 코치 마음을 잘 아는 수베로 감독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 지금까지 워싱턴 코치와 잘했고, 일관성을 갖고 하던대로 하면 내년에 좋은 결과 나올 것이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임자 명성이 워낙 크기에 후임자로서 부담도 크지만 김 코치는 “팬 분들께서도 워싱턴 코치님이 떠나서 많이 아쉬우실 것이다. 저와 우리 선수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연습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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