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적생들 감격' KT 우승 트레이드...롯데 결실의 시간은 언제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1.19 13: 04

단기간에 트레이드의 목적을 달성하고 효과를 보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KT 위즈는 우승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단행한 트레이드의 성과를 즉각적으로 달성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한 KT 선수단의 소금이 된 롯데 출신 이적생들은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제 시선은 KT의 거래 상대였던 롯데와 롯데로 향한 선수들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KT는 창단 이후 유독 롯데와 많은 트레이드 거래를 했다. 결과적으로 롯데에서 빛을 못 보던 선수들은 KT에서 빛을 봤다. 2015년 포수 장성우를 받아오고 마운드의 대들보라고 여겨진 박세웅을 내준 4대5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오태곤과 배제성을 받아오고 장시환과 김건국을 롯데로 보내는 2대2 트레이드, 그리고 2020년 말, 내야수 신본기, 투수 박시영을 내주고 투수 유망주 최건, 그리고 2022 년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2021년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포수 김준태, 내야수 오윤석을 받아오면서 잠수함 유망주 이강준을 보냈다.
트레이드는 아니지만 롯데에 오랜 시간 머물다가 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한 주장 황재균까지 있다. KT 선수단의 유니폼을 가리고 선수만 볼 경우, 언뜻 롯데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엿한 ‘마법사’의 일원이었고 저마다 역할을 다했다.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 된 김준태-신본기-오윤석 /OSEN DB

팀의 근간을 이룰 포수가 필요로 하다는 신념으로 초대 조범현 감독 주도로 영입한 장성우는 한때 개인적 물의를 일으키며 팀을 이탈하기도 했지만 마운드를 이끄는 주전 포수로 거듭났다. 롯데에 지명 받고  1군 데뷔까지는 요원했던 유망주였던 배제성은 KT 이적 이후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으며 토종 선발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등판해 우승을 확정지은 승리 투수가 됐다. 투수 박시영 역시 롯데에서는 부침을 거듭했지만 이강철 감독이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내면서 필승조급 투수로 환골탈태했다. 장성우-박세웅 트레이드에서 롯데로 향했고 이후 2차 드래프트로 다시 KT로 컴백한 좌완 조현우는 시리즈 내내 두산 좌타 라인, 특히 김재환을 봉쇄하면서 역할에 일조했다.
내야수 신본기는 주전 내야진 뎁스를 확충시킨 자원이었고 전천후 내야 백업으로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박경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빠진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출장해 호수비와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시즌 중 영입한 오윤석 역시 타격적 잠재력을 과시하면서 박경수가 부상으로 빠진 시기를 충실하게 채웠다. KT 선수단의 요소요소에 롯데 출신 선수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통합 우승의 밀알이 됐다. KT의 알짜 트레이드였다. 우승 하나로 트레이드의 이유를 증명했고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시선은 롯데로 향한다. 장성우의 반대급부였던 박세웅, 포수 안중열은 현재 롯데 전력의 중심이 됐다. 유망주였던 이들의 기량은 점점 농익어 가고 있다. 배제성 트레이드 당시 거래의 핵심 자원이었던 투수 장시환은 이후 한화와의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고 롯데는 포수 지시완을 받아왔다. 또 한 명의 투수 김건국은 방출했다. 신본기, 박시영, 오윤석, 김준태 등 1년 사이 4명을 보내면서 롯데가 받아온 자원은 모두 미래 자원이다. 투수 최건과 이강준은 아직 미완의 대기다. 그리고 KT에서 받은 지명권으로 롯데는 강릉고 유격수 김세민을 선택하며 내야 유망주 라인을 강화했다.
KT 투수 박시영과 포수 장성우도 롯데 출신이다 /OSEN DB
롯데의 트레이드는 미래 지향적이다. 박세웅은 토종 에이스로 성장하는 중이고 안중열과 지시완은 롯데 안방을 책임질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나머지 자원들은 아니다. 이강준은 이제 막 1군 경험을 쌓기 시작하고 있고 트레이드 당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 중이었던 최건은 곧 소집해제한다. 김세민은 아직 프로에서 등번호도 결정되지 않았다. 모두 당장의 성과를 논하기 힘든 트레이드다. 최근 2건의 트레이드 당시 롯데는 “미래, 향후 5년 정도를 내다본 트레이드”라며 당장의 성과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고 성급하게 내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KT가 롯데의 자원으로 우승을 일궜다. 당장 결과를 만들었다. 트레이드 성패 여부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좀 더 냉철해진 것은 사실이다. 롯데도 우승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트레이드로 받아온 자원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윈-윈’이 아닌 ‘윈-루즈’ 트레이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롯데는 과연, 트레이드의 성공 여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