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내게 기회였다.”
SSG 랜더스는 올해 막판 5강 경쟁에서 밀렸지만,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반기 선발진 줄부상 속에 다음 시즌 주축이 될 희망, 가능성을 찾았다. 무엇보다 큰 고민이었던 마무리 찾기 과제를 해결했다.
좌완 김택형(25)이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렸다. 2015년 넥센(현 키움)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는 트레이드로 SSG 전신인 SK 유니폼을 입고 인천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는 못한 상태였다.

불안했던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구위 자체는 좋은 투수로 기대를 많이 모았으나 시간이 걸렸다. 김택형은 OSEN과 인터뷰에서 “꾸준히 잘 되면 멘탈도 잡힌다. 그런데 안 잡히면 멘탈도 흔들린다. 악순환이다. 그러다 한 두번 경기가 잘 풀리면서 느낌을 찾았다. 그 느낌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숙제다. 멘탈을 잡는 일은 쉽지 않다. 마운드에서 차분하게 던지는 게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 캠프 때부터 누구보다 빠르게 구속도 올리고 몸을 잘 만들어뒀다. 그런데 시즌 초반에는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밸런스도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은 김택형에게 멀티이닝을 맡기면서 많이 던지게 했다. 그렇게 김택형은 깨달음을 찾았다.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생겼다. 구위도, 밸런스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김택형은 “멀티이닝이 도움이 된 듯하다. 그동안 안 좋으면 한 경기 던지고 2군에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마운드에서 밸런스를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이 계속 믿고 맡겨주셨다. 그 때 해결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2021년은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지만, 잊을 수 없는 시즌이 됐다. 김택형은 “올해 시즌에 돌입할 때 목표는 필승조가 아니었다. 최대한 1군에서 붙어 있으면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였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니 생각보다 높이 올라왔다”고 했다.
올해 59경기에서 5승 1패 7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또 가장 많은 75⅓이닝을 던졌다. 어떤 타이틀도 챙기지 못했지만,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팀의 마무리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 자리까지 오는데 쉽지 않은 길의 연속이었다. 특히 올해 불펜진은 그 어느 때보다 고생이 많았다. 김택형은 “내겐 오히려 기회였다. 불펜투수들에게 힘든 상황이 왔다. 많이 던져야 했다. 대신 그렇게 나가다보니 기회를 잡았고, 마무리까지 가게 된 듯하다. 힘든 적 있었지만, 내게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되돌아봤다.
무엇보다 부모님 건강 문제로 고민이 컸다. 그는 “가슴 아픈 얘긴데,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 시즌 초반에 못하다 보니 부모님 처지에서는 자신들 때문에 내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미안한 마음이 크셨다”며 “내가 여기서 못하면 더 불효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는 더 단단해졌고, 부모님을 웃게 만들어 드렸다. “잘 되면서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그 때부터 그런게 좋아서 버틴 듯하다. 초반에는 멘탈적인 면에서 힘들었지만, 더 굳게 마음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가 끝이 아니다. 새롭게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도 중요하다. 그는 “그동안 내 것이 없었다. 그런 상태로 운동을 했다. 루틴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는 나름대로 루틴이 생겼다. 웨이트, 보강, 회복 등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겨울을 보내려고 한다”면서 “순발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운동을 할 생각이다. 팔도 많이 괜찮아지고 했다. 구속에 욕심을 내고 싶기도 하다. 순발력 운동을 많이 할 생각이다”며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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