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라 의심스러운데?"..'구경이' 이영애 선택엔 이유가 있다[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1.11.21 13: 44

연기자가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서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다. 특히 톱배우라면 그 선택지는 더욱 넓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선택은 연출력이 확실히 검증된 감독이다. 유명세와 인기가 있다면 더욱 좋을 터다. 이영애의 선택은 이 지점에서 궁금증을 낳는다. '왜?', '하필?'. 하지만 이제는 이영애가 그 다음 선택할 작품이 벌써부터 궁금해질 정도다. 
6년 전 실종된 어린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한 엄마가 낯선 마을, 주민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를 찾아줘', 이영애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4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 작품은 신인이었던 김승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다.
김승우 감독은 이영애에 대해 "등장만으로도 그 프레임 안의 공기를 바꾸는 배우"라고 평하며 "신인감독과 14년 만의 컴백을 함께 하는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선택이다. 말로 표현 못하는 감동이었다"라고 전하기도. 과감히 신인 감독과 손잡은 이영애는 "감독님이 직접 10년동안 이 시나리오를 다듬으셔서 대본이 아주 탄탄했다. 신인 감독님이라고 해서 전혀 영화 선택의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던 바다.

이처럼 용기 있는 선택과 도전에는 어떤 외부적 상황보다는 '대본'에 진심을 다하는 이영애의 배우로서의 철칙이 담겨져 있다. 철저한 '대본 위주'. 명감독의 페르소나도 좋지만, 이 같은 이영애의 선택은 그리고 신인 연출자나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탄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에서 숭고한 모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이영애는 제 25회 춘사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 다음 선택은 JTBC '구경이'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에 복귀한 이영애는 한 마디로 '이상한 여자'로 분했다. 외양적으로는 떡진 머리에 파리가 윙윙 맴도는 거지꼴(물론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우아함)을 하고 수상한 사건을 헤집어놓는 보험조사관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신인감독과 작가다.
연출은 ‘조작’,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장르물 연출 내공을 쌓았지만 아직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이정흠 감독이 맡았다.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신인이라고만 알려진 성초이다. 한 마디로 구경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사가 튀어나온다. "의심스러운데…?".
하지만 베일을 벗고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구경이'는 의심을 인정으로 뒤바꿔 놓았다. 여배우들의 전복적인 캐릭터로 채워진 이 색다른 추리 스릴러물을 통해 이영애를 비롯한 여타 배우들 뿐 아니라 감독의 재발견도 이뤄지고 있다. 이정흠 감독은 묵직한 살인사건이지만 솜털같은 경쾌함, '죽음'을 통해 무엇이 정의인가란 문제를 던지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을 안기는 묘한 이질감으로 똘똘뭉친 이 작품을 통해 무수한 마니아들을 만들고 있다. 성초이 작가는 신선한 필력으로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오다가 터뜨리는 힘이 상당하다.
이영애는 '이래서 이영애다'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도전을 보여주면서도 훼손되지 않은 아우라를 발산한다. 이영애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단조로운 이미지의 '구경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경미 감독의 '아랫집'에서 우리가 아는 이영애 그 이상을 보여준 그는 신선한 작가, 감독과의 에너지와 만나 본인이 얼마나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고 있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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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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