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도 있으면 편해" 시프트도 자유자재...'사직 땅꾼'의 믿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1.22 17: 46

"있으면 확실히 편한 존재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내야수 딕슨 마차도의 존재감은 투수진 사이에서 더욱 크다. 마차도의 철옹성 같은 수비로 빠져나가는 타구들이 내야에 갇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투수들은 좀 더 수월하게 피칭할 수 있었고 결과로 이어졌다. 투수진과 내야진의 신뢰가 형성됐고 과정과 결과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내야진의 리더인 마차도가 이끌어 낸 결과다.
그러나 마차도가 내년 팀에 잔류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구단이 아직 재계약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 FA 영입과 마차도의 다소 떨어진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유격수 자리에 외국인 타자를 채우는 상황도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 

롯데 이인복 /OSEN DB

그럼에도 마차도가 롯데에 있던 2년 간, 투수진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등극했다. 언젠가 부재를 대비해야 하지만 당장 작별인사를 건네기에는 여러모로 아쉽다.
특히 유독 마차도의 덕을 본 투수로 이인복을 꼽을 수 있다. 7월 이후 선발 전환을 준비했고 9월부터 1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인복은 팀의 승리 요정으로 불렸다. 특히 그의 주무기인 투심을 바탕으로 빠르고 과감한 우타자 몸쪽 승부를 펼치면서 많은 땅볼 타구를 유도해냈다. 마차도 방향으로 많은 타구가 향했고 아웃카운트를 쉽게 유도하며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25경기(8선발) 3승1패 평균자책점 4.11의 기록. 땅볼/뜬공 비율은 2.05에 달했다. 60이닝 던진 투수들 가운데 LG 정우영(5.22), 키움 에릭 요키시(2.30), KT 소형준(2.12), 두산 워커 로켓(2.08)에 이은 5번째로 높은 땅볼 유도 능력을 선보였다. 투심의 구속이 상승하면서 무브먼트도 따라왔고 자신감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마차도의 존재도 이인복의 자신감 형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이인복은 “마차도가 있으면 너무 좋고 편하다. 그냥 믿고 던질 수 있게 됐다. 어차피 우타자 몸쪽으로 던지는 비율이 높으니까 3-유간에 마차도나 (한)동희가 있어주면 편하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타구 방향 데이터에 더해 그라운드 위의 현장에서 느끼는 ‘촉’으로 이인복의 시프트를 자유자재로 조정했고 수비 코치와 논의를 하기도 했다는 마차도다. 
이인복은 “마차도가 수비코치와 얘기를 했다고 한다. 투심을 많이 던지니까 3-유간 쪽으로 수비 시프트를 옮겨보자는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마차도가 그런 부분을 투수들에게 먼저 알려줬다. 이 점을 생각해서 투구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도 조언을 해줬다”라고 전했다. 그는 전적으로 마차도를 신뢰하면서 “네가 편한대로 하면 된다. 너에게 타구가 가면 난 너무 편하다”라고 얘기를 해줬다고.
'땅꾼'의 믿음은 굳건했다. 그만큼 마차도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야수 파트 뿐만 아니라 투수 파트에서도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 문규현 수비 코치 역시 “R&D팀에서 타구 방향과 수비 시프트 데이터를 많이 뽑아주시고 알려주신다. 더 많이 디테일해졌다”라면서도 “현장에서의 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날 투수와 타자의 컨디션, 볼카운트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경기 전에 많이 논의를 하지만 마차도를 비롯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수비 시프트를 깰 때도 있다. 마차도를 비롯해 유격수와 2루수, 센터 라인 선수들이 내야진의 리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롯데 마차도 /OSEN DB
이인복은 당장 자신의 주무기로 거듭난 투심을 더욱 가다듬어서 위력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과거 넥센(현 키움)에서 꽃을 피운 브랜든 나이트(전 SSG 코치)의 싱커를 모티브로 삼았다. 나이트의 싱커는 당시 리그 최고의 구종이었다. 2012년 30경기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최고의 '싱커볼러'로 군림했다. 
이인복은 “내 투심 그립이 다른 투수들과 다르다. 지금 던지는 것은 손에 확실히 익혔다. 그런데 또 다른 그립을 잡고 던져보니 트랙맨 데이터가 다르게 나왔다”라면서 “과거 브랜든 나이트 선수의 싱커 그립처럼 잡고 던지니까 포수들도 각과 회전이 일반 투심과 다르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존의 투심도가 각이 큰 투심을 던져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타자들을 상대해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주무기인 투심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땅볼 유도 능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내야 수비가 중요하다.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는 마차도는 이인복의 도우미로 계속 남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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